폭염에 물가도 열받았네…배추·수박 일주일새 20% 넘게 올라

- 수박 소매가 전년비 37%·고등어 30%·멜론 22% 올라
- 지난해에도 시차두고 상승곡선…당국 수급 안정 추진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수박이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직장인 A씨는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갔다가 과일 판매대의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수박 1통값이 2만9000원이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날씨도 너무 덥고 가족들이 수박을 좋아해서 시원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3만원이나 가까이 하는 바람에 마음껏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멜론, 복숭아 등 다른 과일들도 비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부 B씨도 울상을 지어보였다. 수산물 코너 앞에서 몇 번이나 고등어를 들었다놨다 하다가 끝내 빈손으로 돌아섰다. B씨는 “아이들 먹이려고 생선을 쭉 보고 있는데, 고등어가 1마리에 5000원이 넘는다. 장보기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최근 이른 무더위로 인해 농축산물과 수산물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른 폭염이 과일·채소류 작황에 타격을 가함에 따라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일명 히트 플레이션(폭염+인플레이션)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일주일 사이 수박과 배춧값은 20% 넘게 올랐고 닭고기·계란 등 축산물부터 광어·우럭 같은 수산물 값도 인상되고 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박 1개의 평균 소매 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2만9115원으로 3만원에 근접했다. 전년에 비해 36.5% 비싸고,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38.5% 높다. 일주일 전보다는 22.5% 오른 가격이다. 수박값 상승은 지난달 일조량 감소로 인해 생육이 지연된 가운데 무더위로 인해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여름철 가격 변동 폭이 큰 배추와 무 1개의 소매 가격은 각각 4309원, 2313원으로 1년 전보다 10%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다만 일주일 새 가격이 배추는 27.4%, 무는 15.9%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작황 부진과 축산물 생산성 저하가 우려돼 수급 안정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배추는 정부 가용 물량으로 3만 5500톤을 확보해 수급이 불안할 때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어류 폐사와 어획량 감소가 잇따르면서 바지락·우럭·광어·고등어·오징어 등 주요 수산물의 수급 불안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달 우럭 출하량은 1150톤으로 작년보다 6.7%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한 것이 올해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지난달 우럭 도매가격은 ㎏당 1만6125원으로 전년 대비 41.8% 급등했다. 고등어와 오징어도 지속적인 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고등어(신선냉장) 소비자가격은 11일 기준 한마리에 4778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2% 올랐고, 오징어(원양 냉동)는 4787원으로 13% 상승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고등어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과거에도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해에는 어김 없이 채소·과일류 물가불안이 현실화했다. 2018년은 폭염일(일최고기온 33도 이상)이 역대 가장 많은 31일로 최악의 더위를 기록했다. 당시 채소물가의 전년대비 상승률은 9월 12.3%, 10월 13.5%, 11월 13.7% 등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지난해 역시 평균 최고기온이 30.4도로 관측 사상 2위를 기록하며 역대급 더위로 꼽혔다. 9월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면서 강력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여름철 하향안정세를 보였던 채소 물가상승률은 9월 11.5%, 10월 15.6%, 11월 10.4%, 12월 10.7% 등으로 두 자릿수를 이어간 바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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