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이 막 지난 시점에서 코스피 성적을 평가하자면 ‘우수’다. 1993년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가장 높은 코스피 상승률을 보인 이재명 정부는 올해 기준으로도 주요 20개국(G20)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100일간의 성적과 비교해도 최고치다.
코스피의 역사적 고점을 이끈 주역은 외국인 투자자다. 이들은 이 대통령 취임 후 현재까지 10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며 K-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기세가 코스피 5000시대의 포문을 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동안 코스피는 23.90% 상승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도 2270조원에서 2750조원으로 21%(480조원) 상승했다. 이날 기준 코스피 시총은 281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코스피가 상승한 원인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끝나면서 저점을 벗어난 것과 더불어 1,2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한발 다가가면서다.
또한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발과 우려가 있었던 양도세 기준에 대해 “굳이 50억원 기준을 10억원으로 반드시 내려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주식시장 활성화가 그로 인해 장애 받을 정도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하며 현행대로 양도세 기준 50억원을 유지한 것도 코스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정부 전에는 취임 100일간의 코스피 등락률을 보면, 1993년 2월 25일 출범한 김영삼 정부가 12.15% 올라 가장 높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4.23% 상승으로 출발했다. 임기 내내 강세 흐름을 보인 코스피는 전체 임기 동안 184.8% 오르며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7년에는 사상 처음 코스피 2000 시대를 열었다.
하락률이 가장 컸던 때는 김대중 정부로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영향때문이다. 당시 취임 전날 지수 대비 100일째 코스피 지수는 36.86%나 하락했다. 이때 국가의 신용등급이 하향되고 외환보유고도 바닥 수준을 보였으며,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극심했다. 이로 인해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고 회복에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IMF를 조기 졸업하며 임기 후반에는 증시 반등을 주도하며 재임 기간에는 19.35% 올랐다.
취임 100일 시점 코스피 등락률을 보면 이명박(8.74%), 문재인 (2.86%) 정부는 상승했으며, 박근혜 (-2.96%), 윤석열 (-3.93%) 정부는 하락했다.
취임 100일은 그 정부의 정책 추진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기로 해석돼 이 기간 증시뿐만 아니라 국정 과제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평가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취임 100일 동안 정책 기대감이 시장을 밀어 올렸다면 앞으로는 실제 성과가 요구되는 시점이다”며 “단기적으로는 기대감이 정점을 통과하며 차익실현 매물이 우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주가 방향에 대해 “개정된 세법과 상법의 적용이 실제 불공정 거래행위의 사법 집행 및 법률 실효성, 산업 정책에 이은 기업 실적의 가시성, 대미 협상 등 글로벌 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가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