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초양극화 시대] 정치·이념? 실리!… MZ세대가 이끄는 삼성 초기업노조, ‘전삼노’와 다른 길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지난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지난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무래도 ‘전삼노’는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2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10년째 사무직으로 일하는 30대 이모씨가 최근 투쟁결의대회를 주도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그보다 앞서 노조의 대표격이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을 비교하며 전한 말이다. 전삼노는 한국노총 산하의 조직이지만 초기업노조는 한국노총도, 민주노총도 아닌 ‘독립 노조’다.

 

 초기업노조는 삼성 4개 계열사 노조(삼성전자 DX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연합해 2024년 출범한 조직으로 양대 노총 가입을 반대하는 MZ 세대(1981~2011년생)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에만 해도 조합원 수가 6000명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약 반 년 만에 몸집을 10배 이상 키웠다. 앞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삼전지부)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직원 12만8000명 중 7만50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다고 선언했다. 과반 노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로서 회사와 단독으로 교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삼전지부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의 15%(최대 45조원)를 내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사측에 요구하면서 다음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23일 회사의 핵심사업장인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는 약 4만 명이 결집했다. 초기업노조의 주축이 MZ세대이듯 이날 결의대회에도 20~30대의 참여율이 높았다.

 

 이처럼 초기업노조가 뜨기 전인 2023~2024년에는 전삼노가 삼성전자 노사의 얼굴이라 할 수 있었다. 2024년 조합원 수가 3만 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2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초기업노조도, 전삼노도 전통적 강성 노조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폭력이나 협박을 배제하고 합법적이고 정당한 파업을 지향한다. 전삼노의 2024년 5월 집회는 연예인들을 섭외해 일종의 문화 행사로 진행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2일 초기업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부의 투쟁결의대회에서도 투쟁가나 민중가요가 아닌 유명 록 음악이 흘러나왔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전삼노는 한국노총의 산하 조직이며 초기업노조는 태생부터 양대 노총 가입을 반대하는 이들이 뭉쳤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비교적 젊은 MZ세대들이 특정 상급단체 중심이 아닌 독자 조직을 꾸린 초기업 노조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초기업 노조의 투쟁 목적은 성과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정성과 합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에게 회사의 성과는 곧 근로자의 성과라는 점에서 높은 성과급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처럼 MZ세대는 합당한 실리를 추구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엔 동의하지만 정치적 성격이 강한 집회에는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보인다”고 짚었다. 그동안 양대노총이 주도한 대규모 집회들이 노동 현안 외에도 정치적·이념적 메시지와 결합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다만 MZ세대의 특성이 노조 내부에서도 엇갈리는 반응을 낳기도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부가 다음달 1일부터 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박재성 지부장이 현재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노조 측은 사전에 계획된 가족 일정이라고 해명했고 박 지부장도 4월30일 휴가 일정이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리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근로자의 연차 사용은 자유이며 파업 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다는 점에서 문제를 삼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부 직원들이 28일부터 선제적으로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는 점 등을 들어 지부장이라는 지위를 고려했을 때 무책임한 행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블랙리스트 논란’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최근 한 직원이 다른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가입 여부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냈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간 초기업노조가 비판한 기존 노동계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 되고 만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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