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화재 사고를 계기로 한국의 군사작전 참여를 공개적으로 거론했지만, 우리 정부는 사고 원인 규명에 우선 집중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선박 이동 과정에서 한국 화물선 등 제3국 선박을 향해 발포했다며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폭발 사고가 이란의 공격에서 시작됐다는 구체적인 근거나 출처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사고가 외부 공격인지, 선박 자체 문제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있다. 초기에는 해상 기뢰나 무인수상정, 드론 등 외부 요인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피해 규모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요인 가능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사고 선박인 HMM 벌크선 ‘나무호’는 화재로 전력이 차단돼 현재 자력 항해가 불가능한 상태다. 선박은 예인선을 확보하기 위해 해협 인근에서 대기 중이며, 아직 하선 의사를 밝힌 승무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무호에는 한국인 선원 6명과 외국인 선원 18명이 탑승하고 있으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HMM 측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예인선을 수배하고 있으며, 확보되는 대로 두바이 항으로 이동해 선박 수리와 함께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정확한 원인 파악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해 선박 상태를 점검하고 선원 안전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예인선 투입과 접안, 조사 인력 파견 등을 고려할 때 원인 분석에는 수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HMM 관계자 역시 “유사 사례가 드물어 소요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있는 국내 선박들에 대해보다 안전한 해역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 해당 해역에는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벌크선 등 국내 선박 5척이 운항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