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기자의 연예세상 비틀어보기] 현빈의 작품 선택, 진정한 '사회지도층 스타'답다

상업 블록버스터 대신 저예산 예술영화 잇단 출연
개봉 기약없던 '만추', 현빈 인기타고 상황 반전
대중에 작가주의 영화 소개…영화계 다양성 살려

영화 '만추'의 한 장면.
현빈은 왜 ‘만추’를 선택했을까. 현빈 정도의 스타라면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 더 어울릴 수 있다. 그런데 현빈은 의심하지 않고 ‘만추’에 출연했다. 전작 ‘나는 행복합니다’와 차기작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도 상업영화의 공식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작품이다.

이런 현빈의 진정성은 쉽게 이해받지 못했다. 그러나 ‘만추’에서야 드디어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스타 현빈의 매력은 ‘만추’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17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전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사회 표를 구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모든 것이 현빈 때문이다. ‘시크릿 가든’으로 촉발된 배우 현빈의 인기가 ‘만추’로 전이되고 있는 것. 지난해 개봉시기를 잡지 못해 창고에서 방치되던 시절을 생각하면 ‘상황의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만추’는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빠르고 자극적으로 전개되는 기존 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관객들은 영화가 불편할 수도 있다. 영화 중반 갑작스런 판타지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친절하지 못한 결말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사회 후 관객들은 무조건적인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다. 여성 관객들은 현빈에게 심하게 몰입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단순히 현빈의 스타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평가절하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 예술영화의 현실을 생각해보자. 다양성을 잃어버린 한국 영화계가 현빈이라는 스타에게 빚을 지게 되었다고까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작가주의 영화가 대중과 접촉하는 지점을 만들어 준 현빈의 공로는 분명히 해야 한다. 쉬운 선택 같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단편영화나 저예산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스타는 많지만 이것이 현실이 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영화 '만추'의 한 장면.
‘만추’는 ‘가족의 탄생’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김태용 감독의 작품이다. ‘색, 계’의 탕웨이도 캐스팅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관객들과 만나기 쉽지 않았다. ‘만추’는 현빈의 ‘시크릿 가든’ 신드롬이 아니었다면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었던 작품이었다. 단순히 현빈 때문에 ‘만추’의 티켓을 끊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만추’가 200만 이상의 흥행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영화에 실망할 것이다. ‘시크릿 가든’처럼 달콤한 이야기가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는 색다른 경험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전혀 낯선 방식의 영화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될 수도 있다. 이들이 그동안 소외되어왔던 한국 작가주의 영화, 인디영화에 새롭게 눈을 돌리게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현빈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CF에서만 모습을 볼 수 있는 스타, 혹은 한류를 겨냥해 만든 트렌디 드라마나 흥행이 검증된 대작의 시나리오만 고집하는 어떤 스타들에게, 현빈은 진정한 사회지도층 스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연예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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