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금⑦] 투자 대상을 넘어선 황금 사랑

두바이, 전세계 금 3분의1이 유통…'금의 메카'
자스민혁명으로 물러난 지도자들 끝없는 황금탐닉

세계적으로 금을 가장 사랑하고 대규모 시장이 열리는 곳은 아랍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두바이는 전 세계 금 유통량의 3분의 1이 거래되는 금의 메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두바이시장은 매우 저렴한 세금과 중동 부호들이 황금을 선호하는 풍습, 그리고 금을 가공하는 수많은 예술적인 전문가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그래서 두바이 황금시장은 작품성이 높은 황금 보석들을 아주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으로 알려져 황금쇼핑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금을 쇼핑하기 위해 해마다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으며,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찾아오는 큰 손도 늘어나고 있다.

두바이는 교통과 상업, 특히 최근 국제 유류교역의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호텔에서는 금괴를 파는 자판기가 등장할 정도로 유통이 활발하다. 이 황금 자판기는 원래 아랍의 부호들을 위한 것으로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 팰리스호텔에 설치됐다. 독일인 사업가가 아이디어를 내어 만든 이 황금 자판기는 시세에 따라 현지 통화를 넣으면 금괴가 나온다고 한다. Gold to Go라는 이름의 이 자판기는 금괴 이외에도 총 320여가지의 동전 등이 나온다. 금괴 가격은 국제 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10분마다 업데이트된다.

이외에 두바이의 수많은 보석상에는 18캐럿 골드를 비롯해 노란색과 흰색과 핑크빛 금 그리고 21, 22캐럿짜리 또한 순수 24캐럿 다이아몬드 및 황금 보석이 수많은 컬렉션으로 구분해 판매되고 있다.

매년 1~2월에는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이 열려 면세품을 대폭 할인 판매하는데, 중동의 부호들과 유럽 미국 등지에서 몰려든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기간에 시내에서는 불꽃놀이, 퍼레이드, 요트대회, 각종 전람회 등이 열려 쇼핑객들의 흥을 돋운다. 가장 인기를 끄는 행사는 골드 수크(Gold Souk·금 시장)이다.

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연방은 원유 다음으로 비중 높은 수출 품목 중 하나가 바로 보석이다. 현재는 런던증권거래소 가격보다 더 싼 값으로 황금과 희귀 보석이 판매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세계보석 시장의 거대한 축으로 발전했다. 

무엇보다 황금은 고대 아랍의 영광이 스며든 역사를 상징한다. 황금으로 뒤덮인 고대 이집트 왕의 묘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황금이 모였던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은 번쩍이는 황금을 아랍 문화를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로 만들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세계 곳곳의 명품브랜드 매장과 상품은 황금빛 아랍의 영감이 스며들어 있다.

아랍인들의 황금 사랑과 사치는 이미 유명하다 못해 지독하다. 지난 2009년 8월경 한국의 언론에서는 두바이에 위치한 고급 호텔 '주메이라(jumierah hotel)'를 경영하고 있는 아랍의 대부호가 특별 주문한 '황금 페라리599GTB'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외관이 온통 황금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 번쩍번쩍한 차를 본 네티즌들은 "멋있다"라는 반응과 동시에 "서민들은 유류비 인상으로 친환경 에코카(eco car)를 찾고 있는데 이건 웬 사치" 라는 냉소적인 댓글을 달기도 했다.

올 초부터 들불처럼 번진 민주화시위는 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의 독재자들을 차례로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독재자 이들 뒤에는 호화생활로 원성을 샀던 부인들이 있었고 그녀들은 모두 엄청난 황금을 손에 쥐고 있었다.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의 부인 레일라 트라벨시 벤 알리의 사치는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와 닮았다는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트라벨시는 대통령을 움직이는 실력자로 남편의 23년간 집권 기간 동안을 호화로운 집에서 황금보석과 명품으로 둘러싸여 지냈다. 이들 부부가 자스민혁명으로 도망간 후 튀니지 대통령궁에서는 무려 2700만달러 규모의 보석류와 공금 등이 발견됐다. 망명한 트라벨시는 무려 1.5t(5000만달러 상당)의 금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둘째 부인 사피야도 남편의 무소불위 권력으로 20t의 금을 보유하는 등 엄청난 자산을 쌓았다.

이밖에도 여러 지도자들의 부인들도 금에 탐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중동권의 황금사랑은 일반적인 투자대상이나 자산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김남희 기자 nina1980@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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