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AIG' VS '컴백홈 AIG'…꼼수 상호?

영업과 마케팅만을 노린 AIG 사명 바꿔치기


한때 AIG라는 사명으로 영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협찬하면서 마케팅 특수를 얻은 AIG생명과 AIG손보. 두 보험사의 행보가 달라졌다.

2008년 금융위기 진원지 AIG 계열 AIG손해보험은 차티스보험이라는 이름을 썼다가 지난 3월 다시 AIG손보로 돌아갔다.

반면 AIA생명은 AIG에서 완전히 분리돼 AIA라는 독자적인 길을 선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영업과 마케팅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금융사 편의주의적인 빈번한 사명교체는 시장의 혼선을 부추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IG손보→차티스→AIG손보 'AIG 컴백'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차티스보험은 지난달 1일부터 'AIG손해보험' 브랜드를 공식 사용한다고 지난 3월19일 밝혔다. 차티스의 원래 사명은 'AIG손해보험'이었는데 2008년 금융위기로를 계기로 2009년 AIG그룹의 이름이 차티스그룹으로 바뀌면서 차티스보험이라는 사명을 써왔다. 지난 4월부터 미국 본사 전략으로 다시 원래 사명 'AIG손해보험'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 AIG 본사는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에서 지원받은 182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220억 달러 추가 수익까지 더해 모두 상환해 다시 AIG브랜드를 쓴다고 발표했다.

스티븐 바넷 AIG손보 사장은 3월 AIG사명 브랜드 출범식에서 "한국시장에서 AIG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AIG라는 브랜드는 6~7년전 AIG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후원할 당시 한국인 박지성 선수가 AIG로고가 쓰인 유니폼을 입으면서 알려진 로고이다. 2007년에는 AIG계열 두 보험사, AIG생명과 AIG손보가 함께 'AIG-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리아데이 발대식' 행사 등을 통해 공동 마케팅을 단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AIG라는 이름에 익숙해진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이름 차티스로 영업을 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 "AIG그룹이 공적자금을 상환하면서 서서히 이미지 쇄신을 하고 있는만큼 시장에서 익숙한 브랜드로 효율적인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식 브랜드명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의 경우 AIG에서 차티스, 다시 AIG로 브랜드가 자주 바뀌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내놨다.

한 보험 소비자는 "한동안 차티스가 SC계열 회사인 줄 알았다"면서 "외국식 사명이 다양한데 보험사에서는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기업 편의주의적인 브랜드 바꾸기에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사 사명은 현재 사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인 만큼 주주총회에서 결정해 사명 변경을 의뢰하면 대체로 승인해 주는 편"이라면서 "보험사가 보험업을 한다는 명칭만 지키면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AIA생명→ AIG생명→ AIA생명 'AIG 굿바이'

AIG계열 생보사였던 AIA생명도 사업 초기 당시 AIG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하지는 않았다. 1987년 미국계 알리코생명보험(ALICO:American Life Insurance Company)으로 사업인가를 받았다. 

이후 1997년 아메리카생명(AIA생명)으로 사명을 바꾼 뒤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이후 2000년경 아메리카생명은 AIG생명보험(AIG Life Insurance)으로 다시 사명을 변경했고, 미국 AIG그룹이 영국 프리미엄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대대적으로 지원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AIG그룹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발화점이 돼 세계의 우려를 받았다. 이 때문에 AIG의 홍콩 사업부문은 2010년 따로 분리돼 떨어져 나갔다. 현재 AIA생명은 AIA라는 옛 사명을 'AIG'와 무관하게 사용 중이다. 예전 AIA는 아메리칸생명을 뜻했으나 현재 AIA생명은 아메리카와는 관계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AIA생명 관계자는 "이제 AIA생명은 AIG계열, 혹은 관계사 아니라 홍콩계 다국적 보험사로 사업 중이다. AIG와는 이제 무관한 회사가 됐다"며 AIG와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어찌 됐던 AIA생명도 한때 AIG라는 사명을 쓰면서 한국 시장에서 텔레마케팅 영업과 '맨유' 협찬사로 마케팅 특수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2000년 시장 점유율 0.4%대에서 현재 4%대까지 10배 가량 급성장했다.

네덜란드계 ING생명의 전신은 1987년 미국 자본으로 국내 진입한 조지아생명이다. 조지아생명은 1991년 네덜란드생명으로 사명과 자본 국적이 네덜란드로 바뀌었다. 이후 네덜란드생명은 1999년 ING계열 보험사로 이름을 바꾸면서 ING생명이라는 사명을 쓰게 됐다.

업계 전문가는 "90년대 당시 유럽계 금융사보다 미국계 기업의 한국 진입을 시장에서 환영했고 암참(AMCHAM)으로 인한 한국 시장 진입이 용이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의 운명과 시장 상황에 따라 사명도 변화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의 AIG에 대한 평판은 여전히 나쁘다. 미국 기준 지난3월18일 투자전문매체(istockanalyst.com)는 월스트리트가 기업평판지수(RG) 조사(The 10 Most Hated Companies In America:악명높은 10대 미국기업)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 결과 AIG가 최악의 기업,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골드만삭스, 3위는 할리버튼, 4위는 아메리칸에어로 나타났다. AIG가 남긴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김남희 세계파이낸스 기자 nina1980@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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