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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HB 지수와 주택착공건수 간의 상관관계. 사진=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
2월 미국 주택경기지표(NAHB) 지수가 전월 대비 10p 급락하면서 미국 경기 사이클에 대한 금융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주택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NAHB 지수가 10p나 떨어진 것은 지난 1985년 이후 29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일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 고용지표, 소매판매에 이은 주택지표의 ‘쇼크’를 어떻게 해석할 지 여부가 문제이다”며 “일단은 혹한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 美 1분기 성장률, 당초 예상보다 크게 둔화될 전망
소위 ‘프로즈노믹스’(Frozenomics) 혹은 ‘스노마겟돈’(Snowmaggedon) 등의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지난해 말부터 혹한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경제활동에 생각보다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로즈노믹스란 한파의 경제적 피해를 의미하며, 얼어붙는다는 뜻의 프로우즌(Frozen)과 경제학을 말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이다.
또 스노마겟돈은 올해 들어 폭설이 잇따르자 눈(Snow)과 지구 종말을 가져올 정도의 대재앙을 뜻하는 아마겟돈(Amageddon)을 합쳐 미국 언론이 쓰는 표현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는 물론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련의 미국 지표 부진을 단순히 혹한의 영향으로만 단정을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비이락(烏飛梨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격으로 미국 경기가 확장국면을 마무리하고 조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그 중심에는 미국 주택경기 사이클이 서 있다”면서 “미국 주택경기 사이클이 당분간 조정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련의 미국 경제지표 부진을 단순히 날씨 탓으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2월 NAHB 지수의 지역별 흐름을 보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은 서부지역 지수의 하락폭이 해당 지수의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서부지역 NAHB 지수는 전월보다 14p 급락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날씨와 상관없이 주택지표의 조정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美경기 ‘둔화’…韓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경기 사이클의 조정 압력은 국내 수출 경기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상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대미 수출증가율이 전체 수출증가율을 상회하면서 국내 수출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감안할 때 미국 경기의 조정 흐름은 국내 수출경기의 본격적인 반등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 주택경기가 단기적으로 조정 흐름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이투자증권 이승준 이코노미스트는 “NAHB 지수와 주택착공 건수의 상관관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NAHB 지수 하락은 향후 1~2분기 중 주택착공건수의 둔화를 시사한다”며 “그동안 미국 경기회복을 주도하던 미국 주택 사이클이 조정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이 전망하는 이유로 우선 모기지 금리의 상승을 들었다. 최근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지만, 현 모기지 금리 수준은 4.3%로 지난해 저점 수준 대비 약 1.0%p 오르면서 주택구매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주택 가격의 저가 메리트가 소멸됐다는 점도 꼽힌다. 주택가격이 서브프라임 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면서 저가 주택수요가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는 사실도 당분간 주택경기의 둔화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자가 보유율은 회복되지 못하고 임대주택 등의 공실률이 하락하고 있는 현상은 본격적인 주택수요보다는 임대 주택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주택수요가 그동안 주택수요를 견인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택가격이 상당부문 정상화되면서 임대 주택업자의 수요마저 둔화되고 있지만, 자가 보유 목적의 주택수요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미국 경기의 ‘소프트패치’(Soft patch)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소프트패치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본격적인 후퇴는 아니지만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말한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월부터 날씨가 정상을 회복하면서 일부 지표의 반등이 기대되지만 앞서 언급한 주택 사이클의 둔화와 더불어 최근 혹한 영향에 따른 유가 상승 등은 미국 경기 사이클의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일경 세계파이낸스 기자 ikpark@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