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스터피자,직원들이 낸 복지비 직영점 투자해 날려

개인당 1700만~1800만원 들어간 홍대점 6개월만에 폐점

퇴사시 원금반환 약속 안지켜…회사측 "돈받은 일 없다"

미스터피자 망원점 계약서 내용 중 일부. 사진=박일경 기자
미스터피자가 직원들이 분담해 조성한 7억여원의 사내 직원복지비를 직영점 2곳에 투자했다가 운용손실을 보는 바람에 절반 이상을 날린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측은 출자한 직원이 퇴사하면 갹출한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 지키지 않아 퇴직자들이 연초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 정우현 회장이 얼마전 건물 경비원을 폭행해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은 적이 있는데다 이번에는 복지비 명목으로 직원들의 돈을 갹출하도록 해 직영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는데도 나몰라라 한 것이어서 또다시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13일 미스터피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퇴직자들과 소송기록에 따르면 MPK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지원본부 인사총무팀 주도로 ‘사내 복지를 강화하겠다’며 직원 1인당 1700만~1800만원씩 모두 50여명으로부터 7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집해 직원복지비를 조성했다.

회사의 직원복지비를 직원들의 모금으로 조성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조성방법도 매우 특이했다. 1인당 1700만~1800만원을 갹출하도록 했는데 돈을 계좌로 송금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개인 명의로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연결계좌에 돈을 넣도록 하고 체크카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6년간 50여명에게서 모금한 돈은 7억여원. 이 돈은 2009년 3월 망원점과 2015년 2월 홍대점 등 본사 직영점 두 곳을 여는데 투자비로 모두 쓰였다. 직원들은 본인들이 낸 돈이 직영점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체크카드를 회사에 제출할 때야 비로소 알았다고 말했다.

당시 직원들이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서에 첨부된 운영규정에는 퇴사할 嚥?원금을 돌려주겠다고 되어 있으나 회사측은 이런저런 구실을 들어 반환시기를 미루다가 급기야는 "직원들로부터 받은 돈이 전혀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측이 직원들에게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유인했고 “회사를 믿고 맡겨라. 돈을 불려주겠다”며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올해 초 퇴직자들이 미스터피자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반환소송 소장에 첨부된 증거서면. 사진=박일경 기자
점포 개설 단계에서 일부 직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미스터피자는 사내메일을 발송해 “이는 투자자금 모집이 아니며, 사내 복지차원에서 추진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측의 설명은 여기까지였다. 미스터피자 홍대점, 망원점 등 본사 직영점에 투자했다는 것만 알뿐 직영점 운영상황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원고측은 밝혔다.

사업 초기에는 몇몇 직원들에게 30만원씩 서너 차례에 걸쳐 수익금 배분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해당 지점이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다며 수익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은 홍대점이 폐점하면서부터. 지난해 2월 개점한 홍대점은 첫 달 8439만2000원의 매출액을 찍은 이래 줄곧 매출이 하향세를 겪다 개점 6개월만인 지난해 8월 3305만2000원의 누적적자를 남기고 폐업했다.

가게 월세까지 밀리면서 광고비, 세금, 본사 물품보증금 등을 정산한 뒤 직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남은 체크카드 잔액은 1인당 100만원도 안됐다. 직원 복지를 위한 혜택은 커녕 원금조차 대부분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다음 가입자 돈을 받으면 그 돈으로 탈퇴자 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돈을 돌려달라는 직원들의 요구도 묵살되고 있다. 직원들은 폐점으로 자신의 출자금을 거?건지지 못했다.

복지비가 홍대점에 투입되면서 피해를 입은 직원은 20명가량이며 액수는 4억원에 근접한다. 7억여원에 달하는 직원복지비의 절반이 사라진 셈이다. 억울한 사정을 호소할 곳도 마땅치 않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계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로펌의 공정거래법 담당 변호사는 “직영점은 본사가 책임지는 까닭에 기업이 투자하는 게 맞다”면서도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주 간 가맹계약을 맺고 점주가 창업 리스크를 감내하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계약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 간 사적인 채권채무 관계여서 가맹계약상 불공정 거래행위로 다루기 어렵다는 얘기다.

희망퇴직 등으로 미스터피자를 퇴사한 직원 4명은 한사람 당 1700만~1800만원씩 총 7000만원을 돌려달라며 올해 초 MPK그룹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미스터피자는 법원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 “원고들로부터 무슨 돈을 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사 차원의 일이 아니라)관련 사업을 진행한 본사 지원본부 인사총무담당 직원 개인의 독단적인 판단"이라며 회사와는 무관한 일임을 강조했다.

양측의 입장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자 지난달 22일 재판부에 의해 강제조정에 들어갔으나, 단 한 푼도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미스터피자측이 완강히 거부하면서 조정도 결렬됐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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