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열심히 벌어 좋은 집 사는 게 죄는 아니잖습니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내수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보유세 폭탄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 인상률은 5.99%로 지난해(5.32%)보다 인상폭이 커졌다. 서울은 지난해보다 14% 이상 올랐으며 구별로는 고가아파트가 많은 강남구가 25.27%, 서초구 22.57%로 1·2위를 기록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공동주택은 올해 30만9361가구로 지난해(21만8124가구)보다 41.8%나 늘었다.
잇따른 악재로 9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시세가 공시가격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보유세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집단행동도 나타나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비싼 서울 강남3구와 목동, 경기도 일부 지역에선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공시지가를 조정해달라는 공시지가 이의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강남권에선 대치동 은마아파트, 미도, 쌍용 1·2차,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등이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단체 이의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약 38% 올랐다.
강남에 거주하는 A 씨는 “매년 공시가격이 20~30% 인상돼왔고, 올해의 경우 최근 이뤄진 몇 건의 거래만으로 공시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며 “정부의 징벌적 과세로 인한 피해가 중산층에 집중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달 31일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2020년 공시가격 인상안의 전면 철회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현재 이 청원엔 1만7000여명이 동의했다. 지난해에도 공시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청원이 종종 올라왔지만 대부분 동의 건수가 100건에 못미쳤다.
부동산업계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집단 이의신청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이의신청은 총 2만8735건이 접수돼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12·16’, ‘2·20’ 대책과 공시가격 인상으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도 보유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됐다”며 “코로나19 장기화, 아파트 하락세 전환 등으로 주택시장의 불안정감이 확산되면서 이의신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의신청을 한다고 정부가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이의신청 반영률은 21.5%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재산을 올해 1월 평가한 후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라 최근 집값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이의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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