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ICT(정보통신기술)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무수한 데이터들 속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사업에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가치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스타벅스코리아 1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자 ‘데이터 읽기의 기술’ 저자로 잘 알려진 차현나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차 박사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소비자 심리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KT경제경영연구소 시장전략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데이터 마케팅팀을 거치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활약했고, 지난 3월 이후 새 도약을 위해 준비 중이다.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직관적으로 이해하긴 어렵다. 어떤 일을 하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2010년쯤 처음 나온 개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인사이트)를 찾고, 이를 회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크게 기술, 분석, 실행 등 3가지로 구분된다. IT회사냐 비IT회사냐에 따라 각 영역의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 IT회사라면 분석 후 나온 결과를 다시 특정 앱이나 웹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반면 제조·유통사의 경우, 분석 결과를 매장 내 상품 혹은 서비스로 구현하게 된다.”
- 데이터 분석에는 ‘이과’적 소양이 요구될 것 같은데, 차 박사는 소위 말하는 ‘문과’ 출신이다.
“흔히 심리학이라 하면 ‘상담’을 떠올리지만 소비자 심리학은 통계를 많이 다룬다. 일할 때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는데 도움이 됐다. 인문학적 측면이 강점인 것은 맞다. 개인적으로는 지식영역(Domain Knowledge), 즉 인사이트를 해석해주는 분야에 더 재미를 느낀다. 데이터 분석이 반영된 제품 등을 볼 때 특히 보람을 느낀다.”
- 문·이과, 전공 등을 막론하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인가?
“新직업군인 만큼 ‘정통 코스’라는건 없다. 하지만 코딩과 같은 기술적 역량, 통계에 대한 이해, 결과 해석을 위한 인문학적 역량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문·이과적 소양이 두루 필요한 직업이다.”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필요로 하는 대표 산업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회사들이다. 웹이나 앱을 갖고 있는 IT회사들, 흔히 ‘FA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스타벅스는 O2O 사이렌오더 등으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케이스고, SSG나 쿠팡 역시 마찬가지다.”
- 구체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무얼 얻을 수 있나.
“개선점 혹은 선택에 대한 확신 등이다. 스타벅스에서 근무할 당시 제주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제주는 관광지이므로 데이터를 분석하면 타지역과는 다른 결과를 얻으리라 생각됐다. 이를 토대로 나온 것이 제주 지역 한정 시즌 메뉴다. 실제로 반응도 뜨거웠다.”
- 데이터를 잘 활용할수록 시장에서의 성공이 유리해지는 것 같다. 방대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IT기업을 중심으로 산업계 공룡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까. 예컨대 배달 앱 회사라면 지역·날씨·요일 등에 따라 언제 어떤 음식이 수요가 높은지 데이터 예측이 가능하고, 이에 맞춰 음식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진 어려운 일이라 본다. 상권을 예로 들면 바로 앞 신호등이 몇분마다 켜지는지, 계단의 높이, 경사면의 각도, 주 출입구의 위치 등에 따라 고객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이 모든 것들을 데이터화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모를까 전국구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특정 골목에 적용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데이터를 취합해 해당 골목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 현장 관계자들에게 데이터 분석 결과를 오픈해야 한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해답을 현장에서 찾곤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입지와 유동인구에 비해 방문객이 턱없이 적을 때, 현장에 방문해보면 간판이 가로수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등 원인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것은 데이터 숫자만으론 알 수 없는 정보다.
기술·통계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방향에서 소비자·생산자·현장 등을 아울러 보고 데이터를 분석해야 보다 정확한 방향성을 찾아 전달할 수 있다.”
-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편인가? 잘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과 인력을 갖춘 곳이 아직 많지는 않다. 우선 인력·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추고 여기에 조직문화도 뒷받침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환영받기 힘든 존재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해서 이제껏 내가 해오던 일에 대해 데이터를 갖고 논하니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데이터 분석이 평가나 비난을 위한 것이 아닌, 개선점을 제시하고 선택의 확신을 심어주는 과정으로 인식되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협력과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 생각한다.”
- 실제 기업들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고, 직업적 전망은 어떤가.
“변호사도 M&A, 이혼, 부동산 등 전문 분야가 따로 있듯, 회사가 진행중인 프로젝트, 사용 중인 시스템 등에 따라 요구하는 전문 역량과 채용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제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웹사이트나 멤버십 등을 보유하고 있다보니, 이에 대한 활용을 고민할 때다. 자연히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 인력들을 시장에서 필요로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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