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색] “‘맛있는 고기를 찾아서’가 회사 미션입니다”…이종근 육그램 대표

이종근 육그램 대표. 사진=육그램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최근 먹방이나 쿡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도 높아졌다. 하지만 고객 스스로 ‘좋은 고기’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니즈를 겨냥해 탄생한 축산 유통 스타트업이 바로 ‘육그램’이다. 오로지 ‘고기’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육그램의 이종근(39) 대표를 지난 19일 만났다. 

 

◆MBC PD, 카이스트 석사 출신의 축산 유통 사업가

 

 이종근 대표는 축산유통과는 선뜻 연결되지 않는 이력의 소유자다. 세종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객원·인턴 등 기자 생활도 했다. 이후 MBC 뉴미디어 콘텐츠 PD를 거쳐 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를 마쳤다. 최종적으로 굴지의 직장을 마다하고 스타트업에 뛰어든 까닭과 왜 하필 축산업을 골랐는지 물었다.

 

 이 대표는 “서로 연관성 없는 이력들을 거쳐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비슷한 일들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기자, 기획자, 사업가 모두 큰 부분에서 보면 분석하고, 진단하고, 개선안을 제안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전과는 달리 사업가로서 이윤 창출과 지속가능성에 보다 집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축산업을 선택한 까닭에 대해서는 “전문성 있는 식자재를 선택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서른살즈음 부터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수차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지난 2017년 창업한 것이 ‘육그램’이다. 농산물 등 여타 식재료와는 달리 고기는 종류가 많지 않고, 가격대가 높은 데 비해 ‘좋은 고기’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이가 드물다. 이 대표는 전문성으로 무장하면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회사명 ‘육그램’도 고기업계 1%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아 만들어졌다. 통상 1인분이 600그램(g)이므로, 이것의 1%인 6g(육그램)이 되겠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129빌딩 지하에 위치한 ‘육그램’ 오프라인 식당. 사진=김진희 기자

 

◆고기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맞춤형 연결’에 꽂히다 

 

 육그램이 어떤 회사냐고 묻자 이 대표는 “산만한 회사”라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업 카테고리가 굉장히 다양하다. 온라인 축산몰 ‘육그램’, 마장동 도매시장과 육가공업체·배송업체를 연결한 직구서비스 ‘마장동소도둑단’, B2B 납품 서비스인 ‘미트퀵’은 물론, 오프라인 고기집 ‘육그램’과 함께 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레귤러식스’도 운영중이다. ‘맛있는 고기를 찾아서’라는 회사 미션에 부합한다면 도전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사업구성이 산만해 보이는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으로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연결’이다. 육그램은 축산업 유통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연결’에 주목한다. 축산업자와 식품 브랜드, 금융권, 일반 고객과 정부, 고기 식자재 그 자체까지. 축산시장에서 각 주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안하거나, 직접 뛰어들어 상품을 공급 해준다. 상황에 맞춰 고기, 서비스, 데이터, 아이디어 등을 판매하는 셈이다.

 

 예컨대 초창기 사업 모델인 ‘로망 프로젝트’는 소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작게 샘플로 제공해 고객들이 스스로 ‘최애’ 부위를 파악하게 했다. 가격이 부담돼 한 번에 여러 부위를 먹어보고 비교하지 못하는 니즈를 공략한 것이다. 또한 영세 규모의 상인들에게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해주고자 육그램 전문가들이 MD가 되어 ‘좋은 고기’를 컨설팅해주기도 한다.

 

 추진 중인 미트론(meat-loan)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쉽게 말해 육류담보대출로 공동구매 혹은 구매대행의 개념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미트론은 10% 내외 중금리 산업이자, 연 단위 20조 규모의 시장이다. 잘만 활용하면 금융권과 판매업자가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지만, 축산업 특성상 영세 상인들이 많아 은행권에서 리스크 부담을 느낀다.

 

육그램의 아이디어 상품 ‘미트샘플러’. 고품질의 다양한 부위 고기를 한데 모아 소비자가 한 번에 자신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고안한 상품이다. 이미지=육그램

 

 이에 육그램이 그 중간자 역할을 자처한다. 일종의 에이전트 혹은 브로커처럼 은행과 상인들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으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육그램이 직접 은행에서 돈을 빌려 고기 구입을 대행해주고, 필요로 하는 매장, 업체 등에 유통하는 형태다.

 

◆‘월향’과는 지난 2월 결별…3분기 겨냥 신사업 구상중

 

 이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된 ‘월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결별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육그램은 지난해 전통주 전문 외식기업 월향과 손잡고 퓨처레스토랑 ‘레귤러식스’를 오픈했다. 강남 테헤란로 129빌딩 지하에 문을 연 레귤러식스는 월향이 운영하는 브랜드 3곳과 육그램의 브랜드를 합쳐 총 6개의 레스토랑이 입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여영 월향 대표가 임금체불과 4대 보험금 횡령 혐의로 직원들로부터 고소를 당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육그램은 지난 2월 월향과의 법적 결별을 완료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레귤러식스는 오는 5월 31일까지만 영업하고 이후 6월부터는 새로운 법인명으로, 현 월향 운영 매장(월향·평화옥·조선횟집)을 제외한 새 식당들과 콜라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축산 수출입과 관련된 신사업을 오는 3분기 쯤 시작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AI기반 에이징미트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K-POP 이후에 글로벌 관심은 한국 음식으로 확대될 것이라 본다”며 “지속적으로 한국 음식이 세계시장에서 소비되게 하려면 결국 완성품으로서의 요리를 넘어, 우리 식자재가 현지 마트에 공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육그램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쇼캐이스. 가운데 놓인 것이 제주산 하몽이다. AI숙성을 통해 시제품으로 완성됐다. 사진=김진희 기자

 

 연장선에서 해외 마트에 우리 삼겹살, 한우 등을 판매할 수 있도록 활로를 개척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특히 눈여겨보고 있는 시장은 문화적 유사성이 큰 동남아지역으로, 이미 일본산 와규 등이 현지에 널리 알려진 상황이라 구이·육수용에 최적인 한우를 공급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르면 오는 3분기 수출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성공할 경우 4분기에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육그램은 장기적으로 AI기반의 에이징미트(숙성육) 사업도 꾸준히 실행 중이다. 고기 숙성 장인들의 노하우를 데이터화한 후, AI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맛있는 고기’를 만들기 위한 숙성 과정을 정량화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숙성 장인들이 대부분 ‘감’에 의존해서 데이터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장인들은 그날의 온도, 습도, 고기의 상태, 마블링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미세하게 숙성 방법을 조절한다. 사람만이 갖춘 ‘감’을 데이터화, 나아가 디지털화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이 대표는 숙성DB가 완성되면 추후 냉장고 등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육그램은 최근 기관투자를 유치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대표는 이로써 그간의 ‘벌려둔’ 사업들을 가지치기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더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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