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고강도 부동산규제 정책에 따른 풍선효과와 ‘임대차3법’에 대한 집주인들의 불안심리 가중으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대출 규제 및 보유세·양도세·취득세 상승에 따른 매물잠김 현상으로 전세 물량이 급감한 데다 집주인들이 임대차3법 통과 전 계약갱신을 서두르면서 보증금을 너도나도 올리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안정은커녕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가중시키고, 금수저·현금부자들의 부동산 재테크만 도와주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 전셋값 55주 연속 상승세
서울 지역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이후 55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3% 올랐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 지역은 상승세가 두드러져 전셋값이 0.25% 올랐다. 강남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019년 6월에 2769만원이었지만 올해 6월에는 3148만원으로 전년대비 379만원, 13.69% 상승했다. 서초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019년 6월 2679만원에서 올해 6월 2894만원으로 전년 대비 215만원 올라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는 2004만원에서 2154만원으로 전년 대비 150만원 상승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전용 84㎡ 전셋값은 지난 16일 기준 16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7·10 대책’ 이전만 하더라도 같은 면적의 전셋값은 14억3000만~14억7000만원이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4㎡ 5층은 지난 10일 11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성사됐다. 대책 발표 전인 6월 29일 9억원보다 2억5000만원 올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 아이파크’ 114㎡ 전세 매물은 이달 7일 기준 8억2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지난 5월 대비 7000만원 상승한 가격이다. 이밖에 동작구 0.11%, 마포 0.19%, 성동 0.15% 등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2년 실거주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청약대기 수요 등으로 전세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역세권 신축 부지나 신규 분양예정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대차3법, 전세물량 감소로 전셋값 올라
전셋값 상승 요인 중 하나는 여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 수요는 늘어나고 전셋집은 더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대차3법 등 규제까지 더해져 전세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약대기 등으로 전세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전셋값을 올리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물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보유세 부담 증가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분양권을 받기 위해선 2년 이상 실거주가 의무화되면서 전세 부족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갭투자로 인한 매매가 상승 우려도
신규 공급 물량도 갈수록 줄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셋값 상승이 아파트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출을 통해 아파트 매매에 나서는 전·월세 수요자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전셋값이 오르면 비교적 소액 투자만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어 사실상 갭투자가 더 쉬워진다”며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높아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