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집 주인-세입자 갈등’…명도소송 등 분쟁 분쟁 급증 전망

집 주인 “실거주한다. 나가라” VS 세입자 “절대 못 나간다”
이사비·복비 지원으로 한계…명도소송 등 법적 분쟁 줄이을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정부와 여당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기존 계약에까지 소급하면서 집 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아오른 가운데 법적 분쟁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올릴 수 없게 된 다주택자들은 어떻게든 기존 세입자들을 내보내려고 하는 반면 세입자들은 ‘버티기’ 모드다. 이는 집 주인의 이사비나 부동산 중개 수수료(복비) 지원 정도로는 해결되기 힘든 갈등이어서 결국 명도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국회는 전날 열린 본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의결했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우선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 ‘2+2년’을 보장한 것이다. 또 계약 갱신 시의 임대료 상승폭은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로 제한했다.

 

소관 상임위원회 상정에서 본회의 통과 및 시행까지, 불과 나흘만에 ‘번갯불에 콩 볶기’ 식으로 처리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해당 개정안을 시행 후에 신규로 체결된 임대차 계약뿐만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계약에까지 소급 적용해버린 것이 큰 역풍을 불러왔다.

 

지난 2년 간 집값이 뛰면서 전월세도 함께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7% 올라 5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도 연중 최대치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전셋값이 1억원 이상 뛴 곳도 여럿이다. 월세 역시 7월에 0.2% 0.1% 상승(통계청 집계)해 2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뿐 아니라 전세의 상승폭까지 5%로 제한해 버리니 큰 손해를 보게 생긴 다주택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단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이것마저 당정이 전환율을 최고 4%로 고정해버린 데다 전환 시 반드시 기존 세입자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기존 세입자에게는 월세 전환조차 쉽지 않은 셈이다.

 

때문에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일단 기존 세입자는 무조건 쫓아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법안에 나온 본인 혹은 직계 존·비속의 실거주 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미 포탈사이트의 부동산 카페 등 다주택자들 모임에서는 실제로는 실거주가 아니더라도 실거주를 내세워서 무조건 계약 갱신을 거절하라는 대책이 돌고 있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후에는 손해배상금을 피하기 위해 공실로 놔두는 안도 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들이는 안이 더 인기가 높다. 전월세가 워낙 크게 오른 탓에 새로운 세입자에게 시세대로 받으면, 손해배상금을 내도 더 이익이라는 분석이다.

 

집 주인들의 이런 움직임에 세입자들도 반발이 크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특히 전세금을 5%만 올려주면 된다고 안심하고 있던 전세입자들의 분노와 반발이 강하다”며 “실거주를 내세우는 집 주인들에게 여러 서류를 요구하거나 아예 연락조차 피하는 세입자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집 주인들이 되도록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이사비·복비 등의 지원을 내세워도 응하지 않는 세입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다수는 집을 비우는 걸 완강하게 거절 중이며, 개중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백만원 수준이 아니라 수천만원의 비용 지원을 요구하는 세입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명도소송 등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높게 대두된다. 임차인이 계약이 끝난 후에도 주택 등 부동산을 불법점유하고 있을 경우 임대인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법원에 강제 퇴거를 요청하는 절차가 명도소송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명도소송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손실을 피할 수 없기에 일반적으로는 서로 꺼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올리고 싶어하는 집 주인의 입장과 계약갱신청구권을 내세우는 세입자의 입장이 둘 다 강경하다”며 “올해 가을 이사철부터 명도소송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위험이 높다”고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집 수리를 둘러싼 분쟁도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에는 천장 누수, 보일러 하자 등 심각한 하자뿐 아니라 화장실 변기 수리, 도어록 교체 등도 집 주인이 수리비를 물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때문에 집 주인들이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올리기 힘들어지자 대신 수리비를 세입자에게 떠넘기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규 계약은 물론 기존 계약의 갱신 시에도 집 주인이 세입자의 수리비 부담을 적시한 특약을 넣으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세입자들이 이에 반발, 관련 분쟁이 급증할 듯 하다”고 우려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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