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아파트 청약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가운데,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청약’까지 등장하자 너도나도 청약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혼부부나, 결혼이 늦은 3040세대 무주택자들에게 청약 당첨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점 커트라인이 치솟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당첨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청약 당첨 가능성은 희박한데, 정부 규제로 대출까지 막히자 내 집 마련을 포기해버리는 청춘들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청약 과열, 평균 경쟁률 74.6대 1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은 점차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74.6대 1로 전년 동기(16.8대 1)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 시세 차익이 큰 단지는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지난 14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의 ‘자이’ 브랜드 3개 단지(DMC센트럴자이·DMC아트포레자이·DMC파인시티자이)는 당첨 시 5억원을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어 대표적인 로또 청약 단지로 꼽혔다.
DMC센트럴자이는 일반공급 280가구 모집에 3만6025명이 몰려 평균 12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55.9㎡B는 4가구 모집에 1233명이 지원해 308.25대 1로 최고경쟁률을 나타냈다. 이 단지의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1992만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4억원~5억원가량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고, 분양가가 9억원 이하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 인기가 더욱 많았다.
◆시세차익 큰 단지, 세 자릿수 경쟁률도
올해 서울에선 DMC센트럴자이를 포함해 ▲대치 푸르지오 써밋(168.1대 1) ▲마곡9단지(146.8대 1) ▲호반써밋 목동(128.1대 1) ▲르엘 신반포(124.8대 1) ▲고덕강일8단지(124.2대 1) ▲길음역 롯데캐슬 트윈골드(119.6대 1)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114대1) 등 8개 단지가 세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업계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청약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을 비롯한 규제지역에서는 9억원 초과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여유 자금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분양가 인하로 인해 진입장벽이 낮아져 입지 등 여건이 좋고 인기 있는 사업장에 청약수요가 쏠리는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점 커트라인 60점대로 껑충, 청년층 좌절
아파트 청약의 인기와 별개로 청년층, 신혼부부, 30~40대 부부 등은 청약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당첨에 필요한 가점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인기 지역의 아파트 청약 시장이 과열되면서 가점 커트라인이 60~70점대로 뛰어 일반적인 2030세대나 결혼이 늦은 40대는 사실상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청약 중 전용면적 85㎡ 이하는 2017년 ‘8·2 대책’을 통해 모두 가점제로 바뀌었다. 청약가점은 부양가족수 5~35점, 무주택기간 2~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17점으로 최고점수가 84점이다. 부양가족수는 한 명이 늘 때마다 5점씩, 무주택기간은 1년이 경과할 때마다 2점씩,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1년이 경과할 때마다 1점씩 올라가는 식으로 부양가족이 많고 무주택기간이 길수록 유리하다.
고령자나 다자녀 가구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우선적으로 준다는 명분이었지만 이후 집값이 계속 뛰고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가점 커트라인이 급격히 상승했다. 현재 웬만한 서울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최소 60점 이상의 가점이 필요하다. 그나마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70점은 넘겨야 한다. 30대 부부라면 아이가 다섯 명은 있어야 가능한 점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청약 가점이 50점 미만이라면 올 하반기 시장에 나올 급매물을 노리는 등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합 랩장은 “현재의 청약 시장은 무주택세대주나 고가점자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며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가격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면 경쟁률은 더욱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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