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불황 속 재건축 ‘주춤’, 리모델링 ‘활기’

도시정비 규제 묶여 지지부진… 대형건설사 리모델링 진출 러시
국내 리모델링 시장 2030년 44조원 규모로 확대 예상

재건축, 재개발 일감이 줄어든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대형 건설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규제와 경기 불황의 여파로 건설사들의 핵심 수입원이었던 재건축·재개발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대안으로 너도나도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특히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리모델링을 기피해왔던 대형 건설사까지 잇따라 수주전에 참여하면서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노후된 아파트가 늘면서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올해 17조2930억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석 건산연 연구위원은 “2018년 말 기준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건축물이 전체의 37.1% 차지했다”며 “노후 건축물 중 상당량은 재건축하겠지만 리모델링 기술의 발전, 리모델링에 대한 시민 의식의 개선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리모델링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시정비사업이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힌 것도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로 꼽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은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의무거주 2년 부과 등 각종 규제로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인 반면, 리모델링은 사업 허용 연한이 준공 후 15년으로 30년인 재건축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사업 속도도 재건축을 비롯한 도시정비사업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추진위원회 단계를 넘어선 곳은 총 56곳, 약 2만5600가구였다. 지난해 2분기 40곳(2만4000여 가구)보다 늘어난 수치다.

 

서울에서 주목할 만한 리모델링 사업지는 ▲양천구 신정동 목동우성2차(1140가구) ▲광진구 자양동 우성1차(656가구) ▲용산구 이촌동 이촌현대(653가구) ▲마포구 신정동 서강GS(538가구) ▲마포구 현석동 밤섬현대(219가구) 등이다.

 

이 중 사업 규모가 가장 큰 목동우성2차 리모델링에선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맞붙는다. 원래 리모델링은 시공사 한 곳이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단지에선 두 개 시공사가 참여, 경쟁입찰로 진행될 예정이다.

 

자양동 우성1차는 리모델링 분야 전통 강자인 포스코건설의 시공사 계약 체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촌현대에선 롯데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조합은 앞서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자 수의계약으로 입찰방식을 바꿨다.

 

최근 포스코건설이 수주한 ‘신나무실주공5단지’ 투시도. 사진 포스코건설 제공

경기권에선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이 맞붙는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신정 8단지 현대성우’ 리모델링이 주목할 만하다. 경기도 리모델링 사업이 경쟁입찰로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곳은 지금까지 굵직한 사업에 주력하느라 리모델링 실적이 없었던 현대건설이 처음 도전장을 내 건설업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몇 년 전만해도 서울과 수도권 내에서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가 많아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리모델링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영역으로 인식됐다”며 “하지만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리모델링 사업에 속속 진출함에 따라 수주전이 재건축, 재개발 못잖게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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