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서 경쟁’ 불 붙은 이유 ‘플랫폼’

공인인증서가 폐지되고 민간 인증 서비스 등을 포함한 공동인증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각 금융사와 빅테크, 핀테크의 인증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합뉴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공인인증서 폐지로 인증서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특히 인증서 서비스 확대는 향후 금융플랫폼 경쟁과도 직결될 것으로 여겨져 새롭게 출발하는 공동인증서 사업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했던 공인인증서가 지난 10일 폐지되고 민간인증서를 허용하는 등 공동인증서 시스템을 도입된다. 각 금융사가 인증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증서 서비스는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은행을 포함해 각 금융사만의 새로운 인증 체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라며 “향후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공동인증서는 금융사의 미래 생존 경쟁과 궤를 같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디지털금융 혁신에 따라 오픈뱅킹과 종합지급결제업 서비스가 확장하고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 금융거래는 플랫폼 중심으로 진화한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유용한 금융 앱 하나로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의 금전 거래는 물론 쇼핑, 의료, 교육 등에 필요한 금융생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공동인증서는 이처럼 진화하는 플랫폼의 편리함과 유용함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인증서 시장은 이동통신 3사가 개발한 ‘패스(PASS)’와 빅테크로 불리는 카카오페이의 ‘카카오페이 인증서’ 그리고 간편결제 앱의 선두주자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인증서’이다. 이들 3사의 인증서는 각각 12월 기준 누적 발급 건수가 2000만건을 넘었다.

 

이들 인증서 모두 모바일 기반의 인증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대면(언택트) 금융거래가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금융거래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바일 특화 인증서로서 금융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왔다. 이와 발맞춰 공동인증서 시대가 열리면서 선점한 시장을 더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기에 각 금융사가 개발 및 확장하고 있는 민간인증서와 빅테크 네이버가 선보인 ‘네이버 인증서’가 후발주자로서 경쟁에 가담한다. 우선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KB모바일인증서’를 출시한 뒤 활용할 수 있는 계열사를 지속해서 늘려왔다. 신한은행도 인증 서비스의 범용성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이 별도의 공동인증서 사업자 인증 자격 획득을 추진하거나 이미 도입한 바 있다.

 

네이버의 경우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3월 ‘네이버 인증서’를 개발한 네이버는 12월 현재 누적 발급 건수 200만건을 기록했고, 54개 사용처와 제휴를 맺었다. 네이버 측은 2021년 말까지 발급 건수를 10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네이버는 거대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바일과 웹 브라우저 시장을 연동해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차별화 전략을 들고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인인증서가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며, 공공기관에서도 새 인증 시스템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인증 서비스 시장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하면서도 “인증 서비스의 단독 경쟁보다는 금융플랫폼의 확장과 함께 복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young070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