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몰린 ‘IPO 열풍’, 내년에도 이어진다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대어급 ‘풍성’
SK바이오사이언스·SK아이이테크 등 SK계열사들도 관심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증거금만 약 300조가 몰린 가운데 내년에도 IPO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카카오뱅크·크래프톤 등 대어급 공모기업이 여럿인 데다 시장 유동성도 여전히 풍부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2017년 이후 가장 뜨거운 공모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76곳(기업 인수·합병 스팩 제외)으로 공모 금액 5조7000억원에 청약 증거금은 무려 295조5000억원에 달했다.

 

100조원이 되지 않았던 2019년(76곳)과 2018년(78곳)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58조5000억원), 빅히트엔터테인먼트(58조4000억원), SK바이오팜(30조9000억원) 등은 나란히 역대 최대 증거금 1∼3위를 꿰찼다.

 

내년 IPO 시장에 대한 기대 역시 높다.  기준금리 0.5%의 초저금리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등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내년에도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올해 못지않은 대어급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 중 최대어로 꼽히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배터리사업부가 분할돼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신설 법인이다.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지난해 매출액은 6조7000억원 수준이다. LG화학은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을 3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배터리 중심의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예상 기업 가치는 최대 50조원에 달하고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 양산 일정 계획이 후년에서 내년으로 1년 당겨진 것도 희소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정확한 고객사를 밝힐 수는 없지만 하이니켈 배터리의 정점으로 불리는 NCMA배터리를 내년에 여러 고객에 공급해 시장 선두 지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제품은 대부분 테슬라에 공급된다”며 “중국 CATL의 배터리 성능문제가 부각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하이니켈 배터리를 중심으로 테슬라에 공급량을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내년에 줄줄이 상장 예정인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지도 카카오3총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주당 8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미 장외 거래 가격 기준 시가총액은 32조원 이상이며, 기업 가치가 40조원 수준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황이 깊지만, 비대면 위주인 카카오 자회사들은 거꾸로 언택트 트렌드를 타고 고성장 가도를 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재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은 내년 매출액 성장률은 70%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높다.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까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크래프톤은 메이저 게임 업체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기업 가치는 최대 30조원에 이른다”며 “사상 최대의 청약 증거금을 기록했던 카카오게임즈보다 미래 성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SK 계열사들 역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 전문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사태의 수혜기업으로 분류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CMO) 계약을 맺었으며, 자체 백신도 개발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소재 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SK그룹의 상장 대어로 분류된다. 내년 하반기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개인투자자 배정 공모주 물량 확대와 대어급 기업의 공모 청약이 쏠리면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5년 간 가장 인기가 높았던 2017년보다 공모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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