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대출 제한,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규제로 ‘똘똘한 한 채’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의 특화설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같은 평형이라도 자투리 면적을 최소화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채광·통풍·동선 효율 개선과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의 특징 중 하나는 ‘4베이’다. 베이는 거실 앞 전면 발코니를 기준으로 기둥과 기둥 사이에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이다. 햇빛이 잘 드는 ‘남향’인 방으로 이해하면 쉽다. 이전까지 기술적 한계로 2베이, 3베이 설계가 주를 이루다가 2010년대 이후부터 4베이 구조 설계가 등장했다. 당시엔 주로 대형 평수에만 적용됐지만 최근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를 포함, 중소형 아파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달 분양에 돌입했거나 분양을 앞둔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부평 그랑힐스’, GS건설의 ‘판교밸리자이’, 한화건설의 ‘한화포레나 인천연수’,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우미건설의 ‘화성 태안3지구 우미린 센트포레’ 등도 4베이 구조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4베이 구조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4베이 구조는 거실을 비롯한 모든 방에서 바깥 경치를 구경할 수 있고 통풍과 채광 효율이 좋지만 집이 가로로 긴 복도 형태라 개방감이 부족하고, 같은 면적 대비 방 크기가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자투리 공간을 최소화하는 공간 설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DL이앤씨는 이달 분양을 앞둔 ‘e편한세상 영종국제도시 센텀베뉴’에 자체 개발한 주거 플랫폼인 ‘C2하우스’를 적용한다. C2하우스는 침실, 주발, 욕실 등에 3개의 내력벽 구조만 남긴 채 나머지 벽체는 가변형으로 적용해 사용자가 내부를 자유롭게 구성하는 구조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층간소음을 줄이는 설계에도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호건설, 신동아건설, HMG파트너스가 이달 분양 예정인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의 일부 세대는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혼합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다. 이 설계는 벽 전체로 충격을 전달하는 벽식구조과 달리 기둥을 통해 충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소음을 억제한다. 바닥 두께를 기존 아파트보다 40mm 두꺼운 250mm로 설계하고 바닥충격음 완충재와 욕실 및 주방 직배기(외부로 바로 환기)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실버 특화 설계도 등장했다. 롯데건설은 ▲원룸원배쓰 ▲소셜리빙룸 ▲비스포크 발코니 등 3가지 실버주택 단위평면을 개발했다. 노년층을 위해 침실과 욕실 간 동선을 최소화하고 지인 모임·홈가드닝 등이 가능한 거실·발코니 등을 추가했다. 이번에 개발된 실버주택 단위평면은 올해 마곡 MICE 복합단지에 공급되는 실버주택에 최초로 적용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건설사들의 이 같은 특화설계 경쟁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화설계를 연구개발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려면 결국 ‘돈’이 필요한데, 최근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으로 얻는 수익이 줄어든 만큼 비용 부담이 ‘고분양가’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건설사들의 과다 경쟁에 따른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작년 7월부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오히려 시세차익을 노린 ‘묻지마 청약’이 기승을 부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한편 오는 3월부터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건설사들이 발코니 확장 등을 빌미로 수요자가 원치 않는 다른 옵션을 강매하는 ‘끼워팔기’가 전면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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