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질라’ 브랜드에 울고웃는 아파트 단지들

‘브랜드가 곧 집값’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상위 브랜드로 아파트 단지명의 개명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똘똘한 한 채’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브랜드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호텔을 방불케 하는 고급 브랜드 아파트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대형 건설사 중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4곳이다.

 

 현대건설이 2015년 선보인 ‘디 에이치’는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의 상위 개념으로 ‘THE’와 현대(Hyundai), 하이엔드(High-end·고급), 하이소사이어티(High Society·상류사회)의 의미를 지닌 ‘H’를 결합한 것이다. 2016년 개포동 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에 ‘디 에이치 아너힐즈’라는 명칭으로 처음 적용됐다. 곡선 형태 외관 디자인에 옥상 테라스, 비정형 문주, 층간소음 최소화 설계 등이 특징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인만큼 입주민들이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디 에이치’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양가 3.3㎡당 3500만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만 이 브랜드가 적용된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이 1999년 공개한 ‘아크로(ACRO)’는 ‘e편한세상’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아크로는 ‘가장 높은, 넓은’의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다. 사실상 최근의 아파트 고급화 트렌드를 선도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다.

 

 대우건설은 기존 ‘푸르지오’ 브랜드에 영어로 정상, 꼭대기를 의미하는 써밋(summit)을 붙여 ‘푸르지오 써밋’을 선보였다. 2014년 서울 서초구 서초삼호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 푸르지오 써밋’에 처음 적용됐다.

 

 롯데건설은 1999년 ‘롯데캐슬’ 이후 20년 만인 2019년 상위 브랜드인 ‘르엘’을 선보였다. 르엘(LE-EL)로고는 한정판을 뜻하는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 약자에서 따왔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밖에선 호반건설의 ‘호반써밋’, 한화건설의 ‘포레나’ 등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힌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브랜드 리뉴얼에 공을 들이는 것은 입지나 교통, 학군 못잖게 브랜드가 집값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성이 높은 서울 강남이나 용산 지역일수록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닥터아파트가 동일한 입지에서 아파트 구입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브랜드가 40.6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단지규모(24.2%), 가격(18.72%), 시공능력(8.22%) 등을 꼽았다.

 

 ‘브랜드가 곧 집값’이라는 인식 탓에 기존 브랜드 아파트 입주민들이 상위 브랜드로 개명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해 기존 브랜드의 가치가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일부 작용한다.

 

 이로 인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지은 공공 아파트나 임대 아파트 전문 브랜드의 경우 개명 요청 사례가 더욱 잦다. 공공 아파트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낮고 사회적 인식 탓에 자칫 저소득층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에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시흥시 조남동 LH목감퍼스트리움 입주민들은 단지명을 목감퍼스트리움아파트로 변경했다.

 

 아파트 명칭을 변경하려면 입주민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은 뒤 시행사·시공사와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작년 이후 브랜드를 변경해달라는 민원이 40%가량 많아졌다”며 “명칭 변경은 프리미엄 브랜드 입주민이나 기존 브랜드 입주민 등 여럿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적절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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