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유난히 추운 겨울 날씨가 겹치면서 ‘면역력’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일정수준의 면역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잘 챙겨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주일에 3회 정도 가볍게 운동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불규칙한 식습관과 수면 시간,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겐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면역력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보약이 도움될 수 있다. 하지만 보약이 몸에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최우정 광동한방병원(대표 이강남) 원장은 “각기 다른 효능의 약재를 달여 만든 ‘약’인 만큼 건강기능식품마냥 무분별하게 복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보거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좋은 약일수록 알고 먹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진단과 경옥환은 면역력 관리의 대표 격인 보약이다. 이 중 공진단(供辰丹)은 중국 원나라 시절 처음 조제됐으며 중국 황실에 진상될 정도로 우수한 약효를 인정받아왔다. 현재는 드라마에도 많이 등장하고, 대치동 수험생 필수 보약이라 하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선천적으로 체질이 허약한 사람이 복용하면 몸속 화기가 가라앉아 각종 질병의 위험을 덜 수 있고, 진액과 원기가 회복돼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공진단의 핵심은 사향과 녹용이다. 사향은 사향노루의 사향선을 건조시킨 약재로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전문의 진료 후 복용해야 한다. 개규(開竅)작용으로 뇌를 각성시키는 효과가 있고, 경락을 소통시킨다. 워낙 고가인 만큼 단가를 낮추기 위해 ‘엘 무스콘’이라는 대체 물질을 섞는 경우가 많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 사향 대신 침향이나 목향을 사용하기도 하며, 의료기관별 공진단의 처방구성이 약간씩 달라 가격에도 차이가 있다.
녹용은 사슴뿔을 그늘에서 말린 것으로 러시아 알타이산을 높게 치고 중국이나 뉴질랜드산도 자주 쓰인다. 간과 신장 기능을 활성화하고 위장의 소화 흡수를 촉진해 면역력 증대에 효과적이다.
최 원장은 “공진단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체내 면역력을 회복시키고 중추 신경계질환, 염증성질환, 심혈관계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진료 경험상 신경을 많이 써서 피곤한 사람(직장인, 수험생, 신경성질환자 등)에게 반응이 좋고, 뇌혈관계통질환 후유증이 있거나 뇌기능저하로 어지럼증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손상된 간과 생식능력을 회복시키는 효과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경옥환은 복용의 편의성을 위해 경옥고(瓊玉膏)를 환 형태로 조제한 약제이며, 최근에는 짜먹는 형태의 액상 스틱형도 인기다. 동의보감의 4000여개 처방 중 첫번째로 수록된 전통 자양강장제로 인삼, 생지황, 복령, 꿀 등 약재로 조제된다.
경옥고는 몸의 과도한 기능은 가라앉히고 부족한 기능을 채워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효능을 나타낸다. 이는 국내 연구진을 통해 입증되어 ‘전통적인 한방 처방 경옥고의 면역 증강 효과’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 ‘동의보감에선 경옥고를 ‘정(精)을 채우고 수(髓)를 보하며 모발을 검게 하고 치아를 나게 하며 만신(萬神)이 구족(俱足)해 백병을 제거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경옥고는 최근 큰 병을 앓아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불면증이 심하거나, 갱년기증후군을 겪거나, 폐가 약해 마른 기침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 추천된다. 항노화 효과도 있어 중장년층이 복용해도 좋다.
최우정 원장은 “공진단과 경옥고는 흡수율을 고려하여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 약효가 아무리 뛰어나도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이 복용하면 독이 될 수 있으므로 한의사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느 약재를 쓰는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약재를 사용하는지, 제대로 된 생산시설에서 조제되는지 등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광동한방병원은 광동제약이 1994년 설립한 한·양방 협진 병원으로, 최근 어지럼증·이명센터를 개소해 집중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happy1@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