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씹으면 사각턱된다? 20분 이내면 ‘부담없네’

◆안형준 연세대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내과 교수

[정희원 기자] 간혹 미용에 신경쓰는 사람들 중에는 껌을 기피하는 경우가 있다. ‘껌을 많이 씹으면 사각턱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는 꽤 신빙성 있는 주장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 결과 이는 어느 정도 ‘낭설’로 밝혀졌다. 연구 결과 껌을 20분 이내 정도 씹는다면, 사각턱을 일으킬 우려가 없었다. 오히려 껌을 씹다보면 구강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안형준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내과 교수(구강내과학교실)는 최근 롯데중앙연구소와 함께 ‘장기적인 껌 저작의 안모 형태와 저작 기능에 대한 연관성’을 주제로 연구에 나섰다. 25일, 안형준 교수로부터 자세한 연구내용에 대해 들었다.

 

-국내서 처음으로 껌과 사각턱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

 

“롯데중앙연구소와 공동으로 2020년 1~9월까지 연구에 나섰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하반기 대한측두하악장애학회에서 발표됐다. 껌 저작에 의한 턱근육 변화 및 저작기능 관계를 입증하는 게 목표였다.”

 

-연구에 나서게 된 계기는.

 

“평소 치과의사로서 껌을 씹는 행위는 턱근육에 불리할 것으로 여겼다. 껌은 삼켜지는 음식과 달리 뱉을 때까지 저작운동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연구 모델을 세울 때만 해도 당연히 껌을 씹는 행위는 사각턱이 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명 적정선 기준으로 껌을 씹을 경우 오히려 건강에 이점이 되는 측면도 있다. 구강세정, 구취감소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럼에도 ‘사각턱’이라는 마이너스 요인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는 이야기였다. ‘턱을 20분 움직이는 것으로 가지고 사각턱이 될 리는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해 연구에 나서게 됐다.”

안형준 연세대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내과 교수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

 

“하루에 20분씩 3번 껌을 씹는 실험군(30명)과 사탕을 먹도록 한 대조군(30)을 비교했다. 대조군은 실험군이 씹는 껌과 똑같은 열량·조성으로 만들어진 사탕(타블렛) 3번 섭취하도록 했다. 사탕은 빨아먹든, 깨물어 먹든 섭취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후 두부규격 방사선(Cephalometric X-레이)을 통해 객관적 수치를 분석했다. 저작 기능은 CT, 초음파 장비를 이용해 저작근의 면적과 두께를 측정하고 최대 교합력을 평가했다. ”

 

-연구결과는 어땠는지.

 

“껌을 씹은 실험군의 아래턱의 크기 및 형태 변화가 없었고, 저작근의 면적과 두께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두 그룹을 비교했을 때에도 근육량 변화는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붙고, 또 다른 사람은 열심히 운동해도 변화가 더딘 것처럼 근육에 대한 반응은 다를 수 있다. 이렇다보니 혹시라도 실험군의 턱근육 CT를 촬영해보면 근육량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20분 이내로 껌을 씹는다면 사각턱으로 변화될 우려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연세대 치과대학과 롯데중앙연구소가 껌 저작과 턱근육 변화의 상관 관계를 밝히기 위해 공동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껌 저작 후 이점도 확인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사탕 섭취 대신 껌을 씹은 사람은 타액 분비량이 늘었다. 침 속에는 항균 물질이 많아서 분비량이 늘수록 좋다. 또, 실험군에서 저작력 좋아졌다. 20분 씹다보면 자연스럽게 씹는 연습이 된다.”

 

-껌 씹기가 도움이 되는 환자도 있는지.

 

“입이 건조한 사람(구강건조증)에게 추천한다. 평소 구강건조증 환자에게는 비타민C 제제 등 신 음식이나 오이·토마토 같은 수분이 많은 음식을 씹어먹도록 교육했다.

 

이때 껌을 씹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구강건조증이 생기면 침속 항균물질 사라지다보니 충치·잇몸병에 취약해진다. 무언가를 씹으면 자연스럽게 타액분비량이 촉진되고, 치과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설탕이 들어간 껌은 충치의 우려가 있으니 자일리톨껌 등을 씹어서 침분비를 늘리는 게 유리하다. 이번 연구를 토대로 ‘20분 내외’로 부담없이 껌을 씹을 수 있는 시간을 안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껌을 씹는 것을 피해야 하는 환자도 있는지.

 

“턱의 교합이 맞지 않거나 통증을 느끼는 등 턱관절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1~2분도 씹지 말아야 한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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