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에 분노한다…MZ세대 사무직 노조 결성 확대

인국공·성과급 논란 이어지자 직접 소통 창구 마련
MZ세대, 원칙에 의한 성과 측정·합당한 보상 추구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무·연구직 노조가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며 출범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 설립신고서 들어 보이는 이건우 노조위원장. 사진=대상노무법인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주축으로 한 ‘화이트칼라(사무직)’ 노동조합 결성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 노조가 블루칼라로 대변되는 생산직 직원들의 전유물이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사무직도 노조활동을 통해 사측에 적극적인 의사 전달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공정’을 중요시하는 MZ세대 특성과 관계가 깊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가 앞선 26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후 설립신고증이 나오면 그룹 내 사무·연구직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노조 가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는 MZ세대로 불리는 8년 차 이하의 매니저급이 주축이다. 위원장도 현대케피코 소속으로 1994년 생인 이건우 씨가 맡았다.

 

◆산업계 사무직 노조 확산 움직임

 

 젊은 층이 모인만큼 노조 결성을 위한 준비도 남달랐다. 커뮤니티앱 ‘블라인드’, 네이버 ‘밴드’, 오픈 카카오톡 등 SNS에서 의견을 나누고 임시 집행부를 구성했다.

 

 특히 지난달 말 개설된 ‘밴드’에는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트론,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 계열사 직원 4000명 이상이 가입했다. 현재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인원은 500여 명이며, 추후 수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노조의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도 최근 공식 사무직 노조를 설립하며 이 같은 움직임에 합류한 상태다. 금호타이어의 전체 근로자 5000여명 중에서 사무직은 1500여명으로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달 사무직 중심의 노조가 출범했다. 3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것으로 추산되며, 사무직 노조를 통해 별도의 임단협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에 목마른 MZ세대…직접 소통 창구 만든다 

 

 이처럼 산업계 전반에 사무직 노조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공정’이라는 단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취업시장의 뜨거운 이슈였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원 2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절차상의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올해 초 산업계를 강타한 기업들의 성과급 논란도 비슷한 맥락이다. SK하이닉스가 시작이었다. 지난해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도 연봉의 20% 수준으로 성과급이 책정되자 직원들이 불만이 커졌다.

 

 급기야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연봉 반납을 선언하고, 이후 성과급 논란은 SK텔레콤, 네이버, 현대차, 삼성전자, LG그룹 등으로 확산됐다.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이 사무직 노조 확대로 이어졌다고 본다. 현대차의 경우 생산직이 주축이 된 기존의 임금 및 단체협약이 젊은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대차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했음에도 노사는 전년보다 후퇴한 수준의 기본급과 성과급에 합의했다. 이에 사무직 직원들은 생산직 직원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이 길어지면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퇴직하게 될 것을 우려해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으며 성과급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반발해 왔다.

 

 금호타이어 역시 2020년 임단협에서 합의한 격려금 100만원이 생산직에게만 지급되면서 사무직 노조 설립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MZ세대의 ‘공정’, 원칙과 실리 중시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들이 원칙과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징과 맞물린 결과라고 본다. 또한 MZ세대는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실리나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참지 않고 명확하게 불만을 표시한다.

 

 사내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직장인 커뮤니티 등 직장인들이 의견을 표시하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외부로 빠르게 전파되며 관심도를 키운 것 역시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MZ세대는 특히 절차상의 공정에 예민하다. 성과급을 받아도 명확한 원칙에 의해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합당한 보상을 원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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