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기자] 전기차업계가 잇따른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화재 사고에 최근 급발진 이슈까지 부각되면서 시장 내 ‘전기차 만능론’이 타격을 받게 됐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일반차 대비 화재에 취약한 데다, 화재 발생 시 일반차보다 훨씬 많은 물을 쏟아부어야 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의 약 4000개 분량인 70kWh 이상 용량으로 탑재된다. 일단 한 번 불이 나면 황화수소와 탄소 산화물 등 유독성 증기가 발생하고 화재 진압이 쉽지 않다. 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완전 연소될 때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배터리팩이 철재로 덮여 있어 소화액이 제대로 침투하지 못해서다.
미국에서도 전기차 화재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최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외곽에서 테슬라 모델 S 차량이 충돌사고로 화염에 휩싸였다. 소방관들이 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차체의 바닥 부분에서 계속 불꽃이 튀면서 불이 다시 붙었다.
소방관 8명이 달라붙어 전기차의 불을 끄는 데 7시간이 걸렸고 2만8000갤런(10만6000ℓ)의 물을 쏟아부어야 했다. 일반 내연기관차 화재를 진압할 때 보통 300갤런의 물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100배에 달하는 물을 쓴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X 모델 전기차가 벽면을 들이받은 뒤 불이 났다. 배터리가 다 탈 때까지 연기와 불꽃이 20∼30분 간격으로 발생하면서 진화 작업에만 5시간이 넘게 걸렸다.
전기차의 급발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북 익산에서 전기차 급발진으로 주장하는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6개월째 간헐적으로 급발진 의심 증상을 겪었다는 피해 차주는 최근 30~40km/h으로 서행 중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음에도 90km/h까지 가속되는 현상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네번이나 죽을 뻔한 저희 아빠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이 공개한 급발진 의심 사고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문제 차량이 갑자기 굉음을 내며 달렸고 운전자인 청원인의 아버지는 “브레이크가 안 된다”며 차를 세우기 위해 우측 인도 경계석을 들이받았다. 차량은 1.5㎞를 질주한 뒤 도로 가로등을 들이받고서야 겨우 멈췄다. 청원인에 따르면 전기차 급발진 의심 사고는 2019년 10월부터 계속해 발생했다. 차 제조사 측은 “차주 동의가 없어 사고기록장치 등을 분석하지 못해 급발진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전기차 급발진이 최종적으로 인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 수입차 사고 한 건만 항소심에서 급발진을 인정받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화재, 급발진 등 문제가 불거지며 차 업계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게 됐다”며 “안전성 제고를 위해 업계와 정부가 공동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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