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프리미엄 경쟁이 낳은 기상천외 단지명들

강남 중심으로 고급화 바람…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 잇따라
외국어 명칭 대세… 펫네임 붙으며 단지명 길어지는 추세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서울 강남 정비사업 시장을 둘러싼 대형 건설사들의 고급화 전쟁이 치열하다.

 

건설사들이 기존 아파트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한 이른바 ‘프리미엄’, ‘하이엔드’ 브랜드를 너도나도 론칭하며 고급화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는 가운데, 의미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 기상천외한 외국어 단지명들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브랜드 네이밍 경쟁이 강남을 넘어 강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작은 올 하반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북가좌6구역이다. 총 가구수 1911가구, 사업비 4000억원 규모의 이 구역에선 신규 브랜드인 ‘드레브 372’를 내세운 DL이앤씨(구 대림산업)와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LE-EL)’의 롯데건설이 맞붙는다.

 

‘드레브 372’는 프랑스어로 ‘꿈의 집’을 뜻하는 ‘메종드레브(Maison Du REVE)’와 북가좌6구역을 상징하는 고유한 번지수 372가 결합된 브랜드명이다. ‘르엘’은 한정판(Limited Edition)의 LE와 과 롯데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 ‘엘(EL)’을 결합한 프리미엄 브랜드다.

 

이밖에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DL이앤씨 ‘아크로’, 대우건설 ‘푸르지오써밋’, 호반건설의 ‘호반써밋’ 등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 ‘외국어 브랜드=고급’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1999년 ‘롯데캐슬’을 시작으로 건설사들의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졌고 2010년대 이후부터는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등장하면서 아파트 단지명이 더욱 복잡해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2015년 강남을 타깃으로 고급 브랜드 ‘디에이치’를 선보인 이후 성공적인 수주 실적을 거두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는 건설사들이 급속도로 늘었고, 조합원들도 영어나 프랑스어 등 외국어 브랜드 명칭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며 “하지만 최근엔 외국어 브랜드 단지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오히려 식상하다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엔 외국어 브랜드명에 ‘펫네임’까지 붙으면서 단지명이 점점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국내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명의 평균 글자수는 9.84자로 전년의 9.32자보다 늘었다. 1990년대 4.2자, 2000년대 6.1자임을 비교하면 약 2배 가량 늘어난 글자 수다.

 

단지명이 15글자를 넘어가는 경우도 적잖다. 이번달 분양된 단지 중에선 ‘서충주신도시 월드메르디앙 엔라체(우석건설)’, ‘용인 명지대역 서희스타힐스 포레스트(서희건설)’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19년 분양된 ‘이천증포3지구대원칸타빌2차더테라스’는 총 18자로 단지명이 가장 긴 아파트로 화제가 됐다.

 

2000년대 이전엔 ‘압구정현대아파트’처럼 행정구역과 건설사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국어 네이밍이 대세가 됐고 여기에 펫네임까지 붙어 단지명이 더욱 길어졌다.

 

펫네임이란 단지가 들어서는 입지, 특징, 환경 등을 상징하는 것이다. 예컨대 단지 주변에 공원이나 녹지공간이 많다면 ‘파크’와 ‘포레’, 강이나 바다 주변 입지면 ‘레이크’와 ‘오션’, 교육여건이 좋으면 ‘에듀’, 중심 입지의 경우 ‘센트럴’ 등이 붙는 방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순우리말은 촌스럽고, 외래어는 더 있어 보인다는 인식 탓에 외래어 단지명이 대세가 됐지만 향후 이 같은 인식이 점차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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