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아파트 리모델링이 중견·중소 건설사들만의 영역이라는 것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정부 규제로 주요 정비사업이 지체되자 대형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전담 부서를 조직하고 리모델링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재개발·재건축을 대신할 새로운 수입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대형 건설사들간 이합집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2021년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2위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등장은 향후 리모델링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최근 진행된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조합원 1132표 중 1117표(득표율 98.6%)를 득표하며 사업권을 따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 최초로 국내 시공능력평가 ‘빅2’ 건설사가 협업한 단지가 탄생하게 됐다. 두 회사가 정비사업을 공동으로 수주한 사례는 있지만 리모델링에서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호벽산아파트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1가 633 일원 8만4501㎡ 부지에 위치한 지하 3층, 지상 20층의 공동주택 20개동, 1707세대의 대단지다. 2001년 준공 이후 20년이 지나면서 부대시설 부족, 설비 노후화 등 문제가 불거져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빅2’ 컨소시엄의 등장은 리모델링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25년 37조원, 2030년 44조원으로 빠른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노후된 아파트 단지들이 많아 그만큼 ‘파이’가 큰 데다 재건축·재개발보다 사업 추진이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라며 “조합들도 원래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추진했다가 정부 규제로 사업이 막혀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공동주택 단지는 모두 90곳으로 서울과 경기가 각각 51곳, 39곳이다. 서울의 경우 강남권에선 강남구 청담동 ‘건영’(240가구), 개포동 ‘대치2단지’(1753가구), 대치동 ‘현대1차’(120가구), 서초구 잠원동 ‘잠원동아’(991가구), 반포동 ‘반포푸르지오’(237가구),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1316가구), 가락동 ‘쌍용2차’(492가구) 등 소규모 단지가 리모델링을 계획 중이다.
비 강남권에선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5150가구),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건영2차’(2036가구) 등 대규모 단지 중심으로 리모델링이 계획돼 있다.
리모델링은 규제로 묶인 재개발·재건축보다 사업 진행이 한결 수월하고 사업 기간도 훨씬 짧다. 현재 정부는 재건축 단지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중이다. 안전진단 부분도 강화됐다. 재건축을 하려면 안전진단에서 D나 E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 등급이 잘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리모델링이 새 수익원으로 부상하면서 건설사들도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담금질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작년 12월부터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운영 중이며, 삼성물산은 올해 6월 주택본부 산하에 리모델링사업소를 신설했다. 또 GS건설은 지난 7월 도시정비2담당 산하에 리모델링팀을 새로 조직했다. 이밖에 기존 리모델링 강자인 쌍용건설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이 리모델링 사업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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