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보다 임대?… 건설사, 태세 전환 이유는

민간임대 규제·세부담 덜해 인기… 투기수단 변질 우려도
임대 전환 건설사 늘어… 공공임대 ‘누구나 집’엔 부정적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지속적인 집값 상승과 전세난 속에서 ‘민간임대’가 새로운 틈새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입주자 모집에 나선 임대 단지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건설사들도 분양단지를 임대단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민간임대에 거주하면서 내 집 마련 기회를 노리는 실수요자들이 늘면서 경쟁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SK에코플랜트가 평택에 공급한 민간임대 ‘평택역 SK뷰’는 최고 14.33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고, 호반건설이 지난달 대전광역시 용산지구에 분양한 ‘호반써밋 그랜드파크’도 최고 76.5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지난 8월 금호건설이 서울 양원지구에 공급한 ‘양원역 금호어울림 포레스트’는 331가구 모집에 1만5845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 97.6대 1로 청약을 마쳤다.

 

민간임대의 인기 요인으로는 우선 낮은 진입장벽이 꼽힌다. 일반분양이나 특별공급, 공공임대와 달리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에 도전해볼 수 있다.

 

주택 보유 여부도 따지지 않는다. 입주시 전매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률이 5% 이내로 제한돼 부담이 덜하며, 취득세나 재산세 등 세금 부담도 적다.

 

또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단지에서 최장 10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이후 시세의 80% 가격으로 분양 전환도 가능하다. 4베이(Bay), 알파룸, 드레스룸 같은 특화설계가 일반분양 아파트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규제가 덜한 만큼 투기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민간임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차후 시세차익을 위해 웃돈을 붙여 입주권을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문제는 민간임대의 경우 공공임대와 달리 분양 전환 방식, 분양가격 등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어 차후 임차인에게 분양 전환 우선권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임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원래 일반분양이 계획됐던 아파트 단지를 임대로 전환하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롯데건설이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일대(옛 롯데마트 수지점 부지)에 분양한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 엘’은 올해 초 민간분양으로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지난 6월 민간임대로 사업계획이 변경됐다.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기존보다 분양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진 건설사들이 선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임대기간이 끝나면 사업 주체가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데, 최근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임대 후 분양을 하는 게 건설사 입장에선 수익을 더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민간임대의 인기와 달리 정부가 계획 중인 공공임대 사업인 ‘누구나 집’엔 건설사 대부분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제도는 입주자가 집값의 10%만 보증금으로 내고 최장 10년간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거주하다 최초 확정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관건은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 여부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임대료 자체가 집값의 10%로 낮고 장기임대인 탓에 자금이 오래 묶여 수익성이 낮은 데다 차후 집값이 떨어질 경우 미분양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하므로 이득을 볼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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