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일반 서민층에겐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되고 있다. 청약 경쟁률은 날이 갈수록 치솟고 분양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민평형’이라는 별명이 무색해졌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전용면적 84㎡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요 인기 청약 단지에서 최고 경쟁률은 주로 이 평형 대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포스코건설이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에 980가구 규모로 분양한 ‘더샵 하남 에디피스’의 최고 경쟁률은 84.6대 1로 전용면적 84㎡에서 나왔다. 동문건설이 평택시 칠원동 신촌지구 5블록에 공급한 ‘평택 지제역 동문 디 이스트’도 전용면적 84㎡B 75가구 청약에 5238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인 69.84대 1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1·2인 가구가 늘면서 59㎡ 등 중소형 면적 아파트의 수요가 높아졌고, 84㎡를 비롯한 중대형 평형은 다소 소외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정부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중대형 평형이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4㎡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청약 당첨에 필요한 가점도 수직 상승했다.
분양 평가 전문업체 리얼하우스가 최근 1년동안(2020년 8월~2021년 8월) 서울지역 청약가점 커트라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4㎡의 최저 가점은 평균 67점이었다. 이는 4인가족 기준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5년 이상,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이어야 얻을 수 있는 점수다.
작년 12월 분양된 고덕강일제일풍경제 84R타입의 커트라인 가점은 84점 만점에 79점이었다. ‘로또분양’으로 인기를 모은 DMC센트럴자이 84D타입도 최저 커트라인이 74점에 달했다.
인기가 몰리는 만큼 집값도 서민층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내놓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중형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951만원으로 6월의 785만원 대비 12.5% 이상 상승했다.
서울 강남에선 84㎡ 아파트 매매가격이 40억원을 넘기는 단지도 나왔다.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이달42억원(15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이는 84㎡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며, 해당 면적에서 처음 40억원을 넘긴 사례다. 이 평형은 지난 6월 39억8000만원(10층) 신고가 거래 이후 3개월 만에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신반포1차를 재건축해 5년 전 입주한 단지다. 2019년 9월 중소형 평형이 3.3㎡당 1억원을 넘기며 ‘평당 1억원 시대’를 여는 등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84㎡의 분양가와 청약 경쟁률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청약 수요는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경기도 외곽 지역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싼 분양가와 높은 가점으로 청약을 포기한 젊은 ‘청포족’들이 화성, 평택 등 경기도 외곽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서 해당 지역 분양가가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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