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장 중소기업 매각을 고민할 때는 어떠한 것들을 고려해야 할까? 가장 먼저 검토할 건 역시나 가격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꼽자면 시장상황, 성장성, 재무수치다. 상장회사의 주가를 떠올려보자. 회사는 크게 바뀐 것은 없는데 금리 등 시중 유동성이나 경기전망에 따라 주가는 쉽게 변동된다. 비상장 중소기업을 매각하고 매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시장상황은 가격을 결정하는 데 큰 요인이다.
성장성을 결정하는 데엔 회사가 속해 있는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중요하다. 상장 주식시장에서도 자동차, 화학, 정유, 반도체, IT, 바이오, 2차전지, 메타버스 등으로 이어지는 성장산업에 대한 주가의 상승 흐름이 있어왔고, 같은 산업내에서도 기업체가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크기에 따라 주가는 차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비상장 중소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느 산업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인가에 따라 성장가능성의 차이가 있으므로 매각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재무수치는 경영노하우나 기술력 등이 타사보다 어느 정도 차별적인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특히 스타트업 등 초창기 기업보다는 어느 정도 업력이 긴 업체들을 평가할 때 더욱 중요해진다. 실제 상장 주식시장에서도 시가총액이 현금성 영업이익인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전 영업이익) 등의 몇 배인지를 살펴서 주가의 고평가 또는 저평가 여부 등을 가려내고 그 가치를 산정하는데, 비상장 중소기업을 사고파는 경우에도 동일하다. 만약 내가 잘 키워온 기업을 매각하고자 하는데 EBITDA 10배수를 준다고 하면 이는 회사의 현금성 영업이익의 10년치를 대가로 받고, 회사를 매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준은 EBITDA 외에도 PBR(순자산가치) 등 여러가지를 사용할 수 있다.
사실 회사의 매각액은 여러 매수 의향자와의 협상을 통해 결정되므로 예상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회사가 속한 동일 산업내에 유사기업의 매각 사례를 참조하거나 유사 상장사의 EBITDA 등을 참조해서 가늠해 보는 게 좋다. 왜냐하면 매각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각 매각 방식별로 세금 계산을 미리 해보기 위해서다.
세금은 회사 매각액에서 실제 내 손에 남는 현금이 얼마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주식을 매각할 수도 있고 합병을 통해 회사를 매각할 수도 있으며, 사업의 포괄적인 양수도나 자산매각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각각의 방식에 따라 적용되는 세목과 세율이 다르다.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겠지만 법인에서 자산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양도하는 방식의 경우 당장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세금 검토는 매우 상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 100%를 처분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최고 25%의 양도소득세율이 적용되나 처분대상 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엔 최고 45%의 세율인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는 같은 가격으로 회사가 매각되더라도 손에 남는 현금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세금 검토의 범위 또한 중요하다. 회사 매각시 발생할 세금 뿐 아니라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액을 자녀에게 증여나 상속하는 경우 발생할 세부담액까지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업승계를 통해 세부담을 최대한 감소시켜 자녀에게 승계하는 경우와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현금이나 부동산 등으로 자녀에게 승계하는 경우는 세부담액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세후로 자녀에게 남는 현금 등 자산가액에 대한 예상금액까지 확인하고 나면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가업승계를 정말 포기하고 외부에 매각할 것인지 한번 더 고민해보자. 때로는 매각예상액이 상상을 초월하는 가액이라 매각에 대한 확신을 강화시켜줄 수 있지만, 이는 예상가격에 불과하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매각 예상가액을 변경해가며 각각의 경우 자녀들 손에 남는 것까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최정욱 KB국민은행 SME마케팅부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