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공급은 거의 선분양 절차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선분양은 아파트공사 초기에 건설금융을 수분양자들로부터 이자 없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 사업구조의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게 해줘 건설사가 가장 선호하는 주택공급 방법이다.
선분양 방식은 1970년대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하는 자금조달 방편이였으나 해마다 치솟는 주택가격으로 인해 국민들의 호응이 받쳐주면서 지금은 일반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최근 광주에서의 공사 중 붕괴사고나 인천 검단의 문화재보호건으로 공사가 중단된 사례처럼 거의 모든 재산을 모아서 입주를 기다리던 수분양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입주지연에 따른 생활의 실질적인 피해가 적잖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공사준공 이후(또는 공정률 60% 이상 도달 후 다른 건설사의 연대보증을 받아 거의 준공단계에서) 주택의 실물을 두고 수분양자들을 모집하는 주택공급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다. 후분양제도는 건설사로 하여금 아파트가격 상승 시 분양금액에서 약간의 반사적인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에서는 이 같은 장점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에 조달한 건설금융 비용의 높은 이자 부담과 함께 제한된 기간에 주거계획이 일치하는 제한된 소비자를 찾아야 한다는 사업상 불안정성이 높아 시행사나 건설사가 선호하는 방식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별다른 리스크 없이 주택구매 결정을 가능케하는 유리한 주택공급 방법에 속한다.
현재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은 무리한 분양가 규제로 신축아파트 분양가격이 주변 구축아파트보다 현저히 저렴해 당첨만 돼도 시세대비 수억의 차액을 예상할 수 있는 소위 ‘로또분양’이 주류를 이루는 비정상적인 시장이 됐다. 그 결과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수요가 있음에도 공급물량은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로또분양에 당첨된 극소수 무주택자 외 대다수 무주택자들은 신규입주물량 감소로 인해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 급등과 저렴한 아파트에 대한 ‘희망고문’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올 6월 입주예정으로 무순위청약에 나서는 후분양아파트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금과 같은 청약시장 분위기에서 소화되기는 어려운 매매물건이다. 특히 서울은 투기과열지구로 공급세대 타입당 청약경쟁률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약홈을 통해서만 계약자를 구해야 하는데, ‘묻지마 청약’이 대세인 청약시장에서 청약경쟁률과 달리 실제 계약률은 저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는 6월부터 거주지 이전이나 집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서울거주 무주택자라면 예비당첨자(공급세대의 600%)만 되어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라면 적극 고려할 만하다.
강북구 미아동에서 청약에 들어간 한화포레나 미아는 선분양 방식이지만 이번 경우는 사업자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2025년 11월 입주 예정인 한화포레나 미아는 경전철 우이신설선 삼양사거리역 초역세권 497세대(일반분양 424세대) 주상복합신축사업으로 전용면적 59㎡, 평균세대 분양가는 8억1300만원, 80㎡는 10억6900만원에 달해 고분양가 분양이라는 논란이 불거진다.
그러나 한화포레나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을 받은 사업지로, HUG는 서울 전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분류해 선분양 필수서류인 분양보증서 발급을 조건으로 전체 분양금액을 전체 분양면적으로 나눈 3.3㎡당 분양가격 기준(사업체 매출기준)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 증거로 유상옵션 품목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으며, 가격 합계가 전용 59㎡는 8253만원, 전용 80㎡는 9965만에 달해 한화포레나 미아의 실질적인 전용 59㎡와 전용 80㎡ 세대당 분양가격은 각각 8억9625만원, 11억6814만원에 달하는 정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상옵션을 통해 사업체가 이익을 크게 남긴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공급자 입장에서는 HUG에 의해 규제된 사업성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그러나 유상옵션 품목의 가격을 아무리 올린다고 하더라도 사업체가 원하는 사업이익을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상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화포레나 미아는 착공단계라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사는 먼저 건설사와 공사도급계약을 통해 공사비를 확정하고, 이 공사도급계약을 토대로 금융권과 자체적인 적정분양가를 협의해 자금조달을 확정한다. 연후에 HUG의 심사과정을 통해 분양가를 최종결정하게 된다.
이는 최소 6개월 이전에 공사도급계약상 공사비가 확정됐다는 뜻이다. 공사도급 계약에는 통상 공사원가상승을 반영하는(에스컬레이터) 조항이 포함된다.
현재 국제 원자재가격의 폭등으로 공사 단가가 20~30% 이상 치솟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공사비 증액부분은 우선적으로 금융사들이 분양대금에서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해간 후 남은 사업시행자의 이익에서 건설사가 추가공사 비용으로 정산해야만 하는 과정을 밟게 되는 원인이 된다.
앞으로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의 상생을 위한 분양가 규제 재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부동산 평론가 박진환 wordrock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