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하우스노미스트(Housenomist)”. 집을 뜻하는 영단어 ‘House’와 주식과 경제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전문가인 ‘이코노미스트(Economist)’의 ‘미스트’를 합성한 이 단어는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이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정의하는 용어다. 하우스노미스트라는 단어에서 짐작이 가능하듯, 조 연구원은 집값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을 하고 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거래절벽’, ‘부동산 빙하기’를 외치는 시기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조 연구원을 만나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기 도래의 원인은 무엇인지, 또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부동산 빅데이터의 관점에서 짚어봤다.
조영광 연구원은 지난 2010년 주택시장 불황기에 대우건설에 입사해 각종 분양현장 업무를 수행한 뒤 현재까지 10년 넘게 부동산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를 오랜기간 연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히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2010년 대우건설 입사 당시 마침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빙하기였다. 그 이전에는 모델하우스 문만 열만 분양이 다 되었던 시절이었는데, 그러한 시절이 끝난 것이다. 이때부터 건설사는 ‘수주의 양’ 보다는 분양이 잘될 만한 곳을 선별해서 수주해야 한다는, 즉 ‘수주의 질’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객관적인 시장예측이 필요해졌고, 마침 산업공학 석사를 전공했었기에 업무에 투입됐다.”
▲경기침체와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연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가로서 이런 분석에 대한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 3분기 이후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주담대 가중평균금리가 3%를 상회하며 시장 둔화세가 본격화됐다. 경기도, 인천, 서울 순으로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 무주택자에게 현타(현실 자각 타임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오는 부분은, 지난 5년간 서울 모든 집값이 2배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작년 3분기 고점대비 10% 혹은 20%하락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이 접근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지난 5년간 너나없이 올랐던 집값이 ‘금리상승’ 이라는 심판자를 만나 옥석가리기에 들어가고 있는 ‘정상화의 과도기’ 국면으로 봐야한다.”
▲이러한 침체기는 얼마나 갈 것이라 예상하는가.
“답은 결국 금리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점도표를 보면 오는 2023년을 기점으로 금리상승이 멈출 것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보통 여름을 부동산 비수기로 칭하는데, 내년 여름에 ‘하락공포’의 클라이막스에 도달한 후 정상화국면에 접어들며 ‘시장논리’, 즉 수급·개발호재·입지·단지 컨디션에 따라 좋은 곳은 재반등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과열 이전인 2019년 초 수준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침체기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 매물도 나오고, 또 어떤 지역에서는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용산,서초,강남 등 신고가 지역은 KB부동산에서 꼽은 부자들의 부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들은 ‘대출금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금리상승과 상관없이 지난 5년 간 2배가 넘게 상승한 자산을 레버리지로 부동산 투자를 스스럼 없이 하는 것이다. 반면, 경기 남부 지역은 너무 높아진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탈출한 3040 실수요자가 많은데 이들의 ‘영끌’은 금리상승에 부딪히며 급매도 나오는 것이고 집값도 하락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끌족들은 지금 집을 파는게 좋을까, 아니면 버티는게 좋을까.
“현재 두드러진 하락을 보이는 곳은 경기 남부 지역이다. 고점 대비 10% 넘게 빠진 곳들이 있다. 반면 10% 이내 빠진 곳도 있다. 심각한 공포장에서 10% 이내 하락폭을 보인 곳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잘 이겨낸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지역에 있다면 버티는 게 좋겠다. 반면, 10%를 넘겨 20% 가까이 빠진 곳은 2021년에 ‘과대평가’ 된 곳이다. 공포심리가 어느 정도 지나고 10%~15%선에서 횡보합을 보인다면 매도타이밍으로 잡을 수 있겠다.”

▲정부가 8·16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GTX 조기 개통, 콤팩트 시티 조성 등 3기 신도시에게 호재가 될 만한 방안을 여럿 들고 나왔다. 다만 이런 소식들이 3기 신도시에는 단기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고, 여전히 해당 지역에는 거래절벽 현상이 뚜렷한 상황인데.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지금은 정책보다 금리상승이 더욱 중요한 모멘텀이다. 정부 관계자의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하는 시장이 아닌, 시장논리에 따라 돌아가는 ‘정상화’ 국면 길목에 있다 할 수 있다.”
▲1기 신도시 정비에 대한 말도 많다. 원활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서울에 40년 넘은 단지도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1기 신도시에게) 재건축·재개발은 너무 먼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차라리 수직증축 현실화 등을 통해 현실성 높은 리모델링 추진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질 좋은 주거환경을 10년 내 누리게 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편이 낫다.
▲작년 서울에서는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 아파트 상승세가 뚜렷했다. 그만큼 해당 지역의 최근 하락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이 지역이 작년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유와 현재 하락세를 겪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 주목할 만한 서울의 지역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작년 3분기가 (부동산 시장) 고점으로 보는데, 그때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곳이 노도강이다. 게다가 창동역, 광운대 역세권 등 노도강의 호재가 하필 작년에 불이 붙는 바람에 과열이 된 것이다. 게다가 주로 20평대가 많은 노도강 재건축단지들의 특성으로 인해 갭투자 수요가 많이 끼어있다 보니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서울 지역은 금리상승과 상관 없이 자산가들이 많은 용산,서초,강남은 물론이고 인구밀도가 높은 양천구,동대문구,동작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외 지역 중 관심을 가질만한 곳은 어디인가?
“경기도는 ‘반도체’다. K-벨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용인기흥역세권 개발 규모가 크다. 1기 신도시 중 직주근접에 한발 더 다가가는 고양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CJ 라이브시티 아레나와 일산테크노벨리, 영상문화단지 착공 소식이 있다.”
▲집을 더 많이 팔아야하는 건설사 소속이기에 때로는 요즘과 주택시장 하락기가 조심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애로사항은 없는가.
“지난 10년간 불황기와 호황기가 모두 있었다.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주택시장이 지역별로 개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치가 숨겨진 지역을 찾고, 대우건설만의 검증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업무에 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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