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화두는 ‘건강’]‘꿈의 암치료 센터’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외관. 지하에 위치한 중입자가속기를 형상화했다. 송정은 기자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꿈의 암치료’로 불리는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가 오는 3월 경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중입자치료는 탄소입자를 이용한 방사선치료의 하나로, 탄소입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시켜 종양(암세포)만을 조준해 파괴하는 치료기법이다. 기존 방사선치료에 비해 2~3배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난치암을 극복하기 위한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고 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외관. 간삼건축 제공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중입자치료센터인 만큼 간삼건축(건축·설계)과 현대건설(시공) 등 의료기관 건설 분야에 풍부한 경험을 쌓은 기업들이 공사에 참여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서 이 꿈의 암치료센터,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를 지난 12월 27일에 직접 찾아 관계자들로부터 건립과정 등에 대해 상세히 듣는 시간을 가졌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건축·설계를 총괄한 이태상 간삼건축 헬스케어디자인본부 상무는 “대학 캠퍼스 내 의료시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짓는 작업이다보니 난관이 많았다“며 “또 이 곳을 찾는 암환자들의 편안한 심리상태를 유도해 내는 공간 조성, 중입자치료 시설을 보호하는 ‘셸터(Shelter)’로서 단단한 차폐 시설 구축 등이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연세대학교 캠퍼스 내 유서 깊은 공간인 진달래동산을 그대로 살리는 게 공간 배치 작업에서 주요 포인트였다“며 “바로 인근에 위치한 음악대학과도 소통하면서 중입자치료 센터 내에 음대생들을 위한 150석 규모의 음악당(체임버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홍창표 세브란스 사무처 건축팀 파트장은 “서울시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건축물인데다가 고저차가 심하다보니 난이도가 높았다“며 “따로 이동동선을 정하지 않아도 지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환자와 의사 등 스태프, 학생들이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이를 간삼건축에서 세 곳의 출입문을 만드는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로비 모습. 송정은 기자

 

 해당 건물에는 로비 층에 해당하는 남쪽(정면), 지상 1층 높이의 동쪽(재활병원 방향), 지상 3층 높이의 북쪽(음대 방향) 등 3곳에 출입문이 만들어졌다. 환자들은 로비를 통해 지하 치료실로 이동이 가능하고 교수와 직원들은 동쪽 문을 통해 연구실과 스마트오피스에, 음대생들은 북문을 통해 체임버홀로 오갈 수 있는 구조다.

암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겐트리(Gantry)’의 모습. 높이 9m, 무게 200t에 이르며 360도 회전방식을 통해 모든 각도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송정은 기자

 

 거대한 크기(높이 9m, 무게 200t)의 겐트리와 가속기 등 장비를 지하로 옮기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이 상무는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일반적인 암병원에 들여오는 기기인 리니악과 다르게 단독 기기만으로도 크기와 부피 등이 아주 컸기 때문에 설치 시 효율적인 공간 확보를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중입자치료기. 간삼건축 제공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이용하는 시설이다 보니 무엇보다 차폐시설을 잘 갖추는 것도 중요했다. 이는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의 BIM(빌딩 정보 모델링) 도면의 힘이 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하층 주요 실의 벽과 천장에 2.5m 이상의 콘크리트, 50㎝∼1m의 철판을 적용해 차폐율을 높였다“며 “생소한 장비다 보니 개발사인 일본 도시바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미팅이 불가능한 여건에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실사에 준하는 BIM 도면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중입자치료기. 간삼건축 제공

 암환자들의 편안한 심리상태를 위해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을 조성하는 작업도 필수적이었다. 실제로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로비에서 지하 4층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투명한 공간을 지나면서 햇빛에 노출되도록 설계됐으며, 환자들이 대기하는 로비 공간도 기존 병원에 비해 좀더 넓게 마련됐다. 

 

 이 상무는 “최근에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대접 받는 느낌을 원하는 등 병원 설계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며 “그래서 요즘은 병원 로비 공간이 굉장히 넓어지는 추세다. 다만 그만큼 치료 공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발주처(병원)측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필수다”라고 설명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지난 2018년 7월(착공신고기준) 굴토공사, 2019년 11월에 건축공사에 착수한 이후 이번 달 중 사용승인을 받고 3월 경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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