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단지 15개가 공개되자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허술한 관리 실태뿐 아니라 시공사의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단지 입주민들은 최근 몇 년 간 임직원 비리 등으로 ‘엘피아(LH+마피아)’ 소리를 들어온 LH뿐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을 일삼아 온 시공사의 명단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공개된 시공사는 DL건설을 비롯해 한신공영, 효성중공업, 동문건설 등이다. DL건설은 지난달 31일 발표된 ’2023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토목건축 분야 13위에 오른 대형사며, 한신공영(27위)과 효성중공업(41위)도 꾸준히 40위권 내에 자리 잡는 건설사들이다. 동문건설(61위)은 최근 기업정보 플랫폼이 뽑은 ‘일하기 좋은 건설사’ 1위까지 오른 중견사다. 이외에 대보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같은 인지도 있는 건설사도 불명예스러운 명단에 포함됐다.
국토교통부는 같은 날 오후 파주 운정(A34 임대), 남양주 별내(A25 분양), 아산 탕정(2-A14 임대) 등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철근 누락 LH 아파트의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사를 모두 공개했다.
파주 운정과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음성 금석(A2 임대), 공주 월송(A4 임대) 등 5곳은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다. 입주 중인 단지는 수서 역세권(A-3BL 분양), 수원 당수(A3 분양),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RH11 임대) 등 3곳이다. 입주 예정 단지는 오산 세교2(A6 임대) 1곳이다.
이 15개 아파트 단지는 최근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무량판 구조다. 시공사들은 해당 단지 지하주차장을 시공하면서 안전성 담보를 위해 필수적인 ’전단보강근철근(보강 철근)’을 빼버렸다. 치명적인 안전상 결함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무량판 시공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건설자잿값 인상으로 인해 떨어진 사업성을 메우기 위해서다.
한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무량판 시공은 전단(힘을 받아 뒤틀림)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단보강근철근이 빠지는 순간 매우 취약한 구조물이 된다”며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보강근을 누락시키는 일이 있었고, 이게 조사결과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발주처부터 시공사에 이르기까지 건설현장 전반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자 관계부처 장관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조속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희룡 장관은 “LH 공공주택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가장 안전하고 튼튼해야 할 공공주택에서 국민 안전의 기본이 지켜지지 못한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안전을 도외시 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며 “안전은 돈보다 중요하다. 관계기관은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우리나라 모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가 전국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이를 적용해 시공을 진행 중인 민간발주 아파트 단지는 전국 300여곳이 가까이 된다. 정부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 293곳을 특정해 곧바로 전수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