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이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초창기 아무 기반이 없을 때의 일이다. 당시 다양한 한방 재료들을 가공하는 ‘원물 가공 기술’을 연구 중이었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어 서울 지식재산센터의 베란다에서 테스트를 했다.

 

연잎으로 로스팅을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연잎에 불이 나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연기는 환풍구를 타고 25층 건물 전체로 퍼졌고, 사이렌이 울리면서 수십 명이 대피하는 데 이르렀다. 결국 웃지 못할 이 해프닝은 두 번 다시 베란다에서 테스트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사과로 일단락됐다.

 

창업한 지 6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주변에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 찾기가 쉽지 않다. 서비스업에 비해 제조업은 제품을 만드는 데 상당한 초기 자본이 들어간다. 회로설계, 기구제작, 디자인 및 시제품 제작, 금형 및 사출, 조립으로 이루어지는 단계별 공정과 시행착오도 통과해야 한다. 제품의 완성도가 충분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때문에, 초기에 매출 올리기는 힘든 반면 비용은 계속 소모된다. 그럼에도 양산에만 성공하면 해당 제품에 대한 국내 및 전 세계 독점적인 소유권을 가지며,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창업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활동이며, 제조업이란 제품을 “내가 직접” 만드는 행위다. 개발 및 생산을 OEM으로 맡기는 소위 ‘마케팅 위주의 스타트업’과 달리, ‘제조업 위주의 스타트업’은 제품 연구, 개발, 생산에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정작 잘 만들어진 제품일지라도 브랜딩과 영업•마케팅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선택받지 못한다.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 대부분이 이 지점에서 사업을 포기한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함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기획 단계부터 각 제품이 누구에게, 어떤 유통 채널로 어떻게 팔릴지 고객보다도 더 잘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때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정부지원사업의 혜택은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식품기업인 메디프레소의 경우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하 식품진흥원)의 지원사업이 시제품 제작, 시장과 고객 검증에 보탬이 됐다. 식품진흥원에는 창업 초기부터 각 단계별 스타트업 지원정책들이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 제조업의 시행착오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사업가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자신이 창업을 시작한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고, 다양한 협업을 통해 국내외로 수출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가치 있으며, 사회에도 기여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김하섭 주식회사 메디프레소 대표이사,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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