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의 변화가 잦아지는 이 시기에는 항문 질환, 특히 치핵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 항문 주변의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치핵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항문 질환의 발병은 계절적 요인뿐만 아니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 먹거나 신체 활동량이 줄어들고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생활 습관 등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따라서 평소에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즐겨 먹고 항문 주변을 따뜻하고 건조하게 관리하면 항문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만일 배변 후 항문 조직이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출혈, 통증 등의 증상이 있다면 서둘러 항외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핵은 발병 직후 적절히 관리하거나 치료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악화되어 결국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면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수술 후 회복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치핵은 크게 외치핵과 내치핵으로 나눌 수 있다. 외치핵은 항문 주변의 조직이 부풀어 올라 배변 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때로는 항문 밖으로 빠져나올 수도 있다. 반면 내치핵은 주로 직장 내부의 조직이 부풀어 오른 상태로, 통증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배변 후 출혈이 잦다. 두 가지가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치핵 치료 방법은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항문 조직이 일시적으로 빠져나오는 수준의 초기 단계에서는 좌욕이나 식습관 및 생활습관 개선으로 호전될 수 있다. 빠져나온 조직을 밀어넣어도 다시 튀어나올 정도로 치핵이 진행된 단계이거나 출혈, 통증 등의 증상이 심해져 배변이 두려울 정도라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요즘에는 항문 질환 수술법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개인별 맞춤형 수술을 진행하면 수술 후 큰 통증이나 불편함 없이 당일 수술 및 퇴원이 가능하다.
단, 당일 수술과 퇴원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순조로운 회복을 위해서는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수술 전에는 가급적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음식, 예컨대 술이나 고지방 음식, 밀가루 음식의 섭취를 피해야 하고, 수술 전에는 장을 비우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수술 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고 경과가 좋다.
수술 후 첫 배변을 할 때 통증이 심할 것이 두려워 배변을 피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지나치게 단단한 변을 보거나 설사, 묽은 변을 보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배변을 피하거나 참으려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상 수술 후 이틀째에 배변을 하게 되는데, 배변 연화제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이상적인 배변이 가능하며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식단 및 생활 습관 관리를 철저히 하면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엄윤 송도 서울항외과 대표원장은 “치핵 증상이 나타나면 부끄러움을 느끼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치료를 통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치핵을 방치할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