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나라 성장세가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우리나라가 올해 2%대 초반 성장에 그치고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부근인 2.0%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늦어지는 내수 회복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수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KDI는 지난 5월과 8월 각각 0.1% 포인트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 더 큰 폭으로 내렸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브리핑에서 “내수 회복이 생각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며 “0.3% 포인트 하향조정은 전적으로 내수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은행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으나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제기구 전망치보다는 다소 보수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5%를 유지하고 있다. KDI는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내수가 일부 회복되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성장 전망치를 2.1%에서 2.0%로 0.1% 포인트 낮췄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18만명에서 내년 14만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소비자물가는 1.6%로 '목표치 2.0%'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내수부진이 점차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인 내년 경제전망을 보면 민간소비는 금리 인하와 수출 개선에 따라 2024년(1.3%)보다 높은 1.8% 증가할 전망이다. KDI는 “민간소비가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미약한 증가세이지만, 시장금리 하락과 실질임금 상승 폭 확대로 민간소비 여건은 일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설비투자는 금리 인하와 반도체경기 호조세로 2024년(1.6%)보다 높은 2.1%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건설투자는 누적된 건설수주 감소로 2024년(-1.8%)에 이어 0.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건설 부진을 내수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으며 회복되기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건설업체 채무 건전성 악화의 영향이 실물경제로 파급된다면 건설투자의 부진이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부진과 관련해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금리 인하 실기론’도 언급했다. 정규철 실장은 "금리 인하가 저희 생각보다는 조금 늦어졌고, 그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경고음도 내놨다. 총수출 증가율(물량)은 올해 7.0%에서 내년 2.1%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2기의 관세장벽이 내년에는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정 실장은 “지난 트럼프 1기 정부의 과정을 봤을 때 시차가 걸릴 것”이라며 “관세인상이 진행되더라도 2026년부터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생각보다 관세인상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2.0%)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