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韓 산업 기상도 희비…車·배터리 ‘흐림’…조선·바이오 ‘맑음’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현대자동차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미국 신(新)행정부가 자동차, 반도체, 조선, 바이오 등 한국의 주요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하고 있는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주요 산업으로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특징을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관세에 그린 뉴딜 폐기까지…車·이차전지 '날벼락'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그간 대미 수출을 늘려오던 국내 자동차 및 이차전지업계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친환경 경제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되살리겠다. 미국 내 자동차 생산 속도를 몇 년 전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량을 늘리고 전기차 전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이다.

 

 보편관세 부과 가능성도 ‘K-자동차’를 짓누른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미국의 수입상대국에 10%,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를 가정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대미 수출 감소 폭이 7.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대미 흑자 비중이 가장 높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추가관세 도입 가능성이 자동차 산업의 위협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차전지업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전기차 의무화 정책의 후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에 관세가 부과되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영업전략이 훼손될 거란 염려가 나온다. 박주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최근 ‘트럼프 2기 통상규제 세미나’에서 ‘환경정책 변화에 따른 한국기업 리스크 관리’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트럼프 2기 정부는 과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및 ESG 규제들을 축소하고 전통적인 화석연료 활용에 중점을 둔 에너지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산업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美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반도체, ‘칩스법 축소’ 예의주시…對中 규제 따른 반사이익 가능성도

 

 반도체업계는 현재 생산에 따른 보조금 지급액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바이든 정부로부터 각각 47억4500만 달러, 9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각각 확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반도체 과학법(칩스법)을 통한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태도를 표하고 있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칩스법은 필리버스터가 적용되는 상원에서 통과됐던 만큼 이를 폐지하려면 60표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해서 사실상 폐지가 어렵지만, 높은 관세 부과, 현지 투자 및 생산 등 압박이 지속될 수 있다.

 

 우려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규제 강화로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한국 반도체에 도움이 될 기회도 공존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법무법인 지평은 “세계화가 종료된 후 글로벌 공급망 투자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국의 빈자리를 한국이 대체하면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이 무역장벽을 높이더라도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키워 온 한국 기업엔 기회요인으로도 작용할 거란 의견도 있다.

 

 ◆조선∙바이오업종, 조심스레 기대감

 

 조선업종은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수혜가 조심스레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부흥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경우 탱커, LNG운반선 등 에너지 운반선의 발주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미국 함선의 MRO(유지∙보수∙정비) 수요에 국내 조선업계가 대응할 여지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직접 한국의 도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한상의는 “건조·수리·선박수출 분야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기대감도 호재”라고 진단했다. 올해 선박류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9.1% 증가한 267억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트럼프 복귀를 내심 반기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한국엔 호재가 되리라고 전망한다. 이 같은 기대는 미국 의회에 발의된 바이오보안법을 근거로 하는데 연방정부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은 기업의 바이오기술 장비나 서비스를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부교수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견제는 트럼프 2기에 더 강화될 전망”이라며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엔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