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두자릿수 가격 상승률을 기록한 한방약을 중심으로 의약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제, 진통제, 피부질환제 등 일부 의약품은 해가 바뀐 올해도 연초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어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한방약 소비자물가지수는 124.63으로, 전년(112.82)보다 10.5% 급등했다. 2005년 해당 지수가 처음 집계된 이후 상승률이 10% 이상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3%)에 비해서도 4배 이상 높았다.
이 같은 결과의 배경으로는 우황 등 원재료 가격의 급등이 꼽힌다. 우황청심원의 재료인 우황 값은 지난해 초 1㎏당 2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전년 대비 2배 불어난 우황 가격에 일부 제약사들은 우황청심원 취급을 중단할 정도다. 이처럼 공급이 줄면서 약가는 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전체 의약품 가격 상승률은 1.9%였지만, 일상 의약품들의 가격이 많이 올라 체감 정도는 달랐다. 소화제(8.3%), 피부질환제(7.8%), 감기약(5.2%), 치과구강용약(4.9%), 비타민제(3.5%), 진통제(3.4%), 위장약(3.4%), 진해거담제(2.5%)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 역시 원부자재비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연초부터 의약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광동제약은 이달부터 ‘비타500’ 가격을 100원 인상했고, 보령 ‘용각산쿨’, 위드원바이오 ‘키미테’ 판매가도 8%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에는 동아제약 ‘박카스’가 약 11%, 동성제약 ‘정로환’이 10%, GC녹십자 ‘탁센’이 16% 오른다. 동아제약은 피부질환제 애크논 공급가도 4월부터 14.8% 인상할 계획이다.
이에 일반의약품과 건강보조제품을 취급하는 약국과 편의점이 울상이다. 해당 품목들은 가격 변동이 구매력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비타민·에너지 드링크는 박스 구매 비중이 높은데 가격 상승에 수요가 떨어질까 걱정”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오른 것이 원인이라는데 이후 원재료 가격이 원상복구 되더라도 제품 가격을 다시 내리진 않을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