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건설사들] ‘돈맥 경화’에 얼어붙은 건설 현장…악순환 고리 끊으려면

‘악성 미분양’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
PF 부실에 공사대금 회수 막혀 유동성 위기
중견 건설사 연달아 법정관리 신청

건설 경기 침체와 미분양 누적, 고금리 장기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건설업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들어 중견 건설사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건설업 종사자 수도 덩달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 뉴시스

 #. 전북 익산시 함열읍 일원에 들어서는 259가구 규모 아파트 ‘북익산 오투그란데 더원’은 공정률 76% 수준에서 공사를 멈췄다가 한 달여 만에 공사를 재개했다. 시공사인 제일건설이 7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된 탓이다. 마찬가지로 이 건설사가 시공하는 익산시 남중동의 아파트도 공정률 83% 수준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건설업계가 건설 경기 악화와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돈맥 경화’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으로 전북지역 4위인 제일건설이 지난해 12월 부도 처리됐으며, 올해 들어서도 중견 건설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까지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며 건설사의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의 줄도산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일명 ‘4월 위기설’까지 거론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일 ‘내수 경기 부진 속 외수(수출) 불확실성 급증’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수출 엔진의 성장 견인력 급감을 내수 엔진의 출력 강화로 보완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경제 장기 불황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경기는 소비와 건설투자 회복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 만큼 건설 분야가 살아야 내수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불황은 새해 들어서 더욱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 내외의 중견 건설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들 대부분이 부동산 PF 시장 경색으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건설사의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2025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1392호(6.5%) 증가한 2만2872호로 집계됐다. 

 

 건설사는 보통 은행에서 부동산 PF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짓고 수분양자(분양 계약자)에게서 받은 대금으로 이를 변제한다. 하지만 미분양 급증으로 인해 건설사의 공사대금 회수가 막혀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자산 매각 등 각종 고육지책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건설업 불황이 고용 위기를 초래해 내수를 더욱 얼어붙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9000명 줄어든 19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취업자가 200만명을 하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년 2월(198만명) 이후 약 4년 만이다.

 

 한 중견 건설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건설업계 위기는 남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현장 일감이 줄어들고 있어 회사 존폐는 물론 향후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이 크다”며 “경영 악화로 인해 연차가 낮은 직원이라도 권고사직 당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 신도시의 한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B씨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규 아파트 물량, 지식산업센터 물량 등의 옥외 광고를 진행하려는 수요가 있었는데 지금은 잠잠하다”고 토로했다.

 

 건설 경기가 최악의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나,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위 ‘N월 위기설’은 매년 반복돼 온 문제라는 점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원래 경기에 따라 등락이 있고, 한번 방향성이 바뀌면 적어도 수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단기 업황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업황의 등락이 있을 때마다 우량 기업들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는 양상이 반복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쇄 도산 등 건설업 위기가 거론되는데, 이는 개별 기업의 사안”이라며 “일부 취약기업의 사례를 전체로 일반화해서 확대해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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