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동 향년 54세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다”
엊그제 퇴근길에서 한 유튜브 숏츠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용을 보니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방송인 강호동씨가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놀라 뉴스를 찾아보니 그는 아주 평안하게 활동 중이었다. ‘아니 이런 영상이 버젓이 유튜브에 올라와있다고?’ 순간 어이가 없어 실소했다.
지난해말 개그우먼 신기루는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해 살아있음을 인증했다. 당시 SNS와 유튜브 등 여러 곳에서 본인이 사망했다는 글과 영상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는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황당해했다. 사망설은 이젠 흔하다. 최근 수년간 김혜수, 백종원, 강호동 등 유명인들은 한번씩 부활(?)했다. 이외에 연애, 결별, 마약, 음주운전, 투자사기까지 여러 연예인들이 근거없는 가짜뉴스의 대상이 돼 해명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고인까지 이용하는 등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수년 동안 AI의 활용은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특히 영상 편집기술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AI를 활용해 손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음성과 이미지까지 지원해 마음만 먹으면 현실같은 가짜뉴스를 플랫폼에 업로드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기술의 진화와 확산의 시기에는 후유증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연예계는 가짜뉴스가 가장 성행하는 분야다. 연예인은 본질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다. 말투나 표정 하나도 기사화된다. 화제성이 높다보니 가짜뉴스 생산자에겐 클릭수(수익)를 이끄는 좋은 먹잇감이다. 누구나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의 부작용인 셈이다. 익명으로 채널을 운영하면서 ‘나몰라라’ 영상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으니 당사자로서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
과거부터 연예계 루머는 사회 곳곳에서 안줏거리가 되긴 했지만 영상의 시대에서는 그 신뢰성이 입소문과는 비교할 수 없다. 가짜뉴스가 실제 뉴스화면처럼 만들어져 깜빡 속기 일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딥페이크 가짜뉴스 대응을 주제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1.9%가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판별할 수 있다고 답한 경우는 단 6.2%에 불과했다.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냉정히 말해 콘텐츠로 포장된 범죄나 다름없다. 가짜뉴스는 사람을 병들게 하고, 죽일 수도 있는 사회적 폭력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년간 꾸준히 논의돼 왔고, 악질 사이버 레커 탈덕수용소의 운영자가 법적 처벌을 받는 등 경종을 울렸지만 돈을 좇는 인간의 욕망탓에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젠 제도적으로 방지해야하는 수준이다. 플랫폼의 규제와 필터링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 가짜뉴스를 자동 필터링할 알고리즘을 강화하고 자극적인 키워드조합은 사전검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팩트체크 미확인시 수익창출 차단까지 가야하며, 허위 정보 유포자에 대한 처벌 강화도 필수다. 공공기관의 대응이 신속하도록 새로운 법안도 당면과제다.
가야할 길이 멀다. 국회에선 벌금 상한을 기존 5000만원에서 10억원까지 상향하는 등 관련 법안이 우후죽순 발의되고 있지만, 실효성에서 와닿지 않는다. 당장 지난해 12월 AI로 만든 생성물에 워터마크 표시를 의무화하는 ‘AI 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내년 1월부터 발효되지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콘텐츠 생성 단계에서의 제재만 강화했을 뿐 포털사이트 등으로 확산되는 유통 단계의 제재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당장 걱정도 앞선다. 따뜻한 봄날, 대한민국이 또 다시 딥페이크 가짜뉴스에 신음할 것 같다. 이번에는 연예계가 아니다. 오는 6월3일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력 대선 주자들의 딥페이크 영상이 이미 온라인상에서 확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은 딥페이크 관련 선거 범죄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또 한바탕 이를 두고 시끄러워질 것은 자명하다.
권기범 연예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