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주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증시부양책을 내놨고, 증권사들은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호재가 겹쳤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개 주요 증권주로 구성된 KRX 증권지수는 연초 대비 32% 급등했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34개의 KRX 지수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이달에만 8.45% 올랐으며, 1.77% 오른 코스피 상승률을 넘어섰다. 이날에는 전 거래일보다 30.83포인트(3.18%) 상승해 999.44에 거래를 마감했다.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올해 들어서 68% 상승한 미래에셋증권이다. 이달에만 52주 신고가를 7번이나 기록했다. 이날에는 전 거래일보다 5% 넘게 올랐다. 한국금융지주도 올해 36%, 신영증권 43.9%, 삼성증권 24%, NH투자증권 14%, 키움증권 12% 상승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증시 부양 공약을 내면서 주식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상법 개정 재추진과 주가 조작 등을 엄단해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고, 코스피 5000 시대를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주식·펀드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 등을 내세웠다.
증권사들의 뚜렷한 1분기 실적 개선도 증권주 상승세에 힘을 실었다. 5대 증권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13%가량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32%, 28% 늘어나면서 두드러진 성장세가 돋보였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도 시장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연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3월 출범한 국내 첫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거래가 안정적으로 안착하면서 증권사들은 새로운 위탁매매 수익 기반도 다졌다.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 거래 비중은 한때 30%까지 치솟았으며,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 정부에서도 집권 초기에는 정치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며 “당시 시장 거래대금, 신용잔고, 증권업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증권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9배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기 대선을 앞두고 증권주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증권업 PBR은 0.5배”라며 “영업환경에는 일부 차이가 있겠으나 과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면 상승 여력은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문재인 정부 초창기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따라 증권주가 일제히 상승했던 전례처럼 이번 대선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증가에 따라 기초 이익 창출 능력이 개선된 가운데 향후 금융시장 확장 여부에 따른 수수료 이익 증가 가능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은 전반적으로 정책 기대감에 따라 주가가 상승한 측면이 있어, 외부 변화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