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 집단들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팔거나 사업부 정리하는 식으로 사업 효율화를 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비핵심·저수익 사업을 매각해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할 재원을 마련함은 물론, 대규모 현금 확보로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회사 SK㈜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매각을 추진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분 29.4%를 제외한 SK㈜의 지분 51%를 비롯해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통해 사실상 소유 중인 19.6% 지분 등 총 70.6%가 매각 대상이다. 희망 매각가는 약 5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SK㈜는 SK에코플랜트의 폐기물 자회사인 리뉴어스와 리뉴원 통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각 대상은 리뉴어스와 리뉴원 지분 각각 75%, 100%다.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 산하 해상풍력 자회사 SK오션플랜트의 지분 37.6%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SK㈜는 자회사 SK스페셜티의 지분 85%를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지분의 가치는 약 2조7008억원이다. SK㈜는 SK스페셜티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재무 건전성 제고에 투입하는 한편, AI, 에너지설루션 등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LG그룹에선 핵심 계열사인 LG전자가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3년만에 접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LG전자 ES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키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LG전자는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완속∙급속 충전기 등의 제품을 개발∙출시해왔지만, 시장의 성장 지연과 가격 중심 경쟁구도 심화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리밸런싱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하는 자회사 하이비차저도 청산 절차를 밟는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 5년 내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는 수포로 돌아갔다. LG전자는 향후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HVAC(냉난방공조)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유동성 위기설로 홍역을 앓았던 롯데그룹도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3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1조5728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재무구조에 집중하고자 국내 렌터카 1위인 회사를 매각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달 자사가 보유 중이던 일본 소재기업 레조낙 지분 4.9%를 2750억원에 매각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월 제빵사업부 증평공장을 신라명과에 매각했고, 코리아세븐은 현금인출기(ATM) 사업부를 팔았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12월24일 해산 결의 및 청산인 선임을 통해 청산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롯데면세점은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 미국 괌 공항점을 비롯해 베트남 다낭 시내면세점을 접는다.

그룹의 모태인 기업을 매물로 내놓은 곳도 있다. 애경그룹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차원에서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매물로 내놨다.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다음달 중 예비 입찰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은 경기 광주시 소재 회원제 골프장 중부CC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중부CC는 애경케미칼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위원은 “주요 기업들의 리밸런싱은 계열사 간 중복투자영역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효율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