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레이스가 후반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각 후보 캠프가 스퍼트를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차기 정부 청사진을 제시하며 지지세를 다잡고,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 유세에 나섰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이날 이 후보와 나란히 충청권에서 유세를 진행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지지층의 결집이 가속하는 가운데 보수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 등 막판 변수도 주목된다. 판세를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로 가져가기 위한 후보들의 프레임 전쟁도 치열하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거 공약과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집권 시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장 먼저 구성하고 주요 공직자 국민추천제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차기 정부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정치 보복은 결코 없다”며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는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충남 당진, 아산, 천안을 차례로 방문해 유세를 이어갔다. 충청권은 지난 3차례 대선 모두 당락을 가른 대표적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힌다. 김문수 후보도 이날 충북 옥천에 있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배우자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을 시작으로 충남 논산·공주·보령·홍성·서산·당진·아산 지역을 차례로 찾았다. 김 후보는 공주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계속 한뿌리였으니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단일화를 위한 포석처럼 보이는 김 후보의 당헌 개정 추진 계획도 나왔다. 김 후보는 이날 현안 입장 발표를 통해 당정협력, 당-대통령 분리, 계파 불용의 3대 원칙을 당헌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여기에 당내 선거, 공천, 인사 등 주요 당무에 대한 대통령의 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두 후보의 단일화 여부는 1차 시한을 넘겼다. 이날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면서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후 단일화가 이뤄져도 투표 당일 투표용지에는 ‘사퇴’가 표기되지 않고, 투표소에만 안내문이 게재된다. 최종 데드라인은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29일 전이다. 만약 이때까지 양측의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즉석에서 인쇄되는 사전투표용지에는 사퇴가 표기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전 단일화를 반드시 성사하겠다는 목표 아래 개혁신당을 향한 회유·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준석 후보도 점점 더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는 100% 안 한다”며 사전투표 전 단일화에도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오는 28일 전까지 후보 지지율 변동 추세가 지속되느냐, 또는 반전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22~24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의 과반 지지율이 깨진 가운데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은 공통됐다. 두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갈지, 또 상승 폭은 얼마나 될지 등에 따라 단일화 성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막판 지지율 반등을 위한 프레임 전쟁도 가열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파면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내란 극복을, 김문수 후보는 반(反) 방탄독재를 앞세워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앞선 두 후보에 대한 반감을 극대화해 역전을 노리는 동탄 모델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후보나 각 당 인사들의 실언 등 돌발 논란도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각 후보 측은 선거 종반전에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데도 당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