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전임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전면 되돌리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 가닥을 잡았다.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는 과세를 하는 이른바, 응능부담 원칙에서 벗어난 과도한 감세로 세입 기반이 허물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세로 기업 성장을 자극해 세수를 늘리는 선순환 효과도 미흡하다고 봤다.
2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조만간 공개될 이재명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에는 세수 기반을 확대하는 조치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정부의 무리한 부자 감세를 복구하는 방식으로 일정 부분 증세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인사청문회에서 세수 기반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우선 법인세부터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1%포인트 인하된 최고세율이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법인세가 2022년 약 100조원에서 지난해 60조원 수준으로 40% 급감한 데에는 지난 정부의 감세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세제당국은 이번 세법개정안부터 이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세율을 올리더라도 세수에 영향이 크지 않지만,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서 이러한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주식 세제에서도 대주주 양도소득세부터 되돌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정부는 상장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종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대폭 높였다. 대주주들이 과세 기준이 되는 연말 직전에 매물을 쏟아내면서 개미 투자자까지 손실을 보는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극히 일부의 거액 자산가들이 감세 혜택을 누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세 사각지대로 불리는 감액배당에는 과세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감액배당은 자기자본을 감액해 배당하는 것으로 순이익을 나눠주는 일반배당과 달리 과세되지 않다 보니 대주주 조세회피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증권거래세 인하도 일정 부분 정상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금투세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고 거래세만 낮춰졌다. 이를 두고 근로소득과 달리 자본소득에만 과도한 비과세 혜택을 주는 기형적인 세제라는 논란이 나왔다.

증권거래세 정상화는 고배당을 유도하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라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세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은 연 2000만원까지 금융소득(배당·이자)에 15.4% 세율로 원천징수한다.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해 최고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배당소득을 따로 떼어내 분리과세하면 그만큼 세 부담이 감소한다.
이 밖에 근로소득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 등은 중장기 개편 과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세제는 6·27 대출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는 상황에서 시장 흐름을 지켜보며 시기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법 개정을 하지 않더라도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 1일 이전에 언제든 시행령 개정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60%)을 조정하면 된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