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에 건보료 부과 논란…다시 ‘수면 위’

게티이미지뱅크

 

은퇴 후 노후 자금으로 기댈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재점화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정책적 판단으로 부과를 유예해왔지만, 감사원과 국회에서는 법적 근거 없는 위법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일정 소득 이하 사적연금에 대한 건보료를 면제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사적연금 건보료 부과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될 전망이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료는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같은 공적연금 소득에는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노후 대비를 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 등 사적연금 소득에는 사실상 부과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현행법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법과 소득세법은 사적연금 소득 역시 건보료 부과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서다.

 

이런 법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2022년 감사원은 건강보험공단 감사 보고서에서 “사적연금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가입자 간 형평성을 해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속한 관리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건보공단이 법적 근거 없이 사적연금에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건강보험공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을 고려할 때, 사적연금에까지 건보료를 부과하면 노후 빈곤이 심화할 수 있어 정책적으로 제외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법적 근거 없는 운영상 예외가 계속되면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사적연금 건보료 부과를 둘러싼 찬반 입장은 첨예하게 맞선다. 찬성 측은 소득 있는 곳에 보험료 있다는 원칙과 가입자 간 형평성을 핵심 논거로 내세운다. 반면 반대 측은 이중과세 문제와 사적연금 시장 위축 가능성을 우려한다. 

 

논란이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다. 이 개정안은 연금소득 외 다른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 한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금액 이하의 사적연금 소득에는 건보료 부과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건보공단의 현행 운영 방침에 법적 근거를 부여해 위법 소지를 없애는 동시에 저소득 연금 생활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부과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사적연금 부과 문제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노후 소득 보장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두가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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