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63)씨는 마트에 방문했다가 상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주말농장에서 쌈 채소를 길러 먹던 터라 가격을 잘 몰랐는데, 오랜만에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급하게 구매하려고 봤더니 예상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김씨는 귀찮더라도 주말농장에 가서 쌈 채소를 뜯어오기로 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0.4% 올라 한 달만에 상승 전환했다. 이상기후에 따라 농산물이 대체로 오른 가운데 상추는 40% 가까이 상승했다. 나아가 SKT·주택용 전력요금이 정상화된 것도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22일 한은이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0.54(2020=100)로 전월(120.11)보다 0.4% 올랐다. 8월(-0.1%) 이후 한 달 만에 상승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2% 올라 2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농림수산품은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축산물(2.0%) 및 농산물(0.5%) 등이 오른 영향이다. 쌀과 상추는 전월 대비 각각 4.7%, 38.9% 올랐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도 6.9%, 3.3% 상승했다. 다만 기타 어류 등 수산물은 4% 하락했다.
공산품은 화학제품(0.5%) 및 1차 금속제품(0.7%) 등이 올라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주택용 전력(14.4%) 및 산업용 도시가스(5.8%) 등이 올라 전월 대비 1.1% 올랐다.
서비스는 정보통신및방송서비스(4.0%) 등이 올라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특히 SKT 통신요금과 주택용 전력요금의 정상화에 영향을 받았다. 주택용 전력은 7∼8월 하계 기간에 전기요금 누진 구간 완화로 요금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는데, 이 조치가 지난달 종료되면서 상승했다. 또 SKT는 해킹 사태로 대규모 가입자 이탈이 벌어지자 한 달간 2000만명이 넘는 전체 가입자의 통신 요금을 50% 감면한 바 있다.
한은 측은 이동통신 서비스 및 주택용 전력 한시적 인하 서비스 종료 효과를 제외할 경우 총지수가 전월 대비 0.1%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총지수를 약 0.24%포인트, 주택용 전력이 0.07%포인트 상승시킨 것으로 봤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쌀, 상추 등 채소류는 잦은 강우로 수확과 출하가 늦어졌다”며 “쇠고기, 돼지고기는 명절 수요로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어 “SKT와 주택용 전력요금 상승이 없었다면 전월 대비 0.1%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