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서 있는 자세를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사실 이는 인류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직립 보행 덕분에 우리는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도구를 만들고 협력하며 문명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 능력에는 대가가 따르기도 한다.
사람이 갑자기 일어서면 약 750mL의 혈액이 중력에 끌려 순식간에 다리 쪽으로 몰린다. 이때 심장, 혈관, 자율신경계가 재빨리 작동해 뇌로 가는 혈류를 유지해야 한다. 이 보상 시스템이 늦게 구현될 경우 나타나는 것이 바로 ‘기립성 불내증’이다.
기립성 불내증 증상은 의외로 다양하다. 어지럼증,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 두통 등이 대표적인데 심할 경우 중심을 잃고 주저앉는 경우도 있다. 반면 눕거나 벽에 기댈 경우 금세 나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35세 미만의 근육량이 적은 여성에게 흔하다. 다이어트로 급격히 체중 및 근육이 줄어든 경우 더욱 위험하다. 이는 다리가 혈액 펌프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는 더 취약한 환경이 있는데 바로 하루 종일 앉아 일하다가 갑자기 일어서는 상황이다. 이밖에 더운 날씨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 오래 서 있는 대기 줄, 심하게 긴장하거나 놀란 경우 모두 기립성 불내증 발병을 부추긴다. 전조 증상으로는 메스꺼움, 식은땀, 시야 흐림 등이 있다.
기립성 불내증 진단은 간단하면서도 까다롭다. 혈압이 뚝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나 미주신경성 실신은 비교적 쉽게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서 있을 때 맥박만 빨라지는 기립성 빈맥증후군이나 뇌혈류 조절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중추성 실신 등은 고급 진단 장비가 없을 경우 놓치기 쉽다. 경두개초음파-뇌혈류모니터링 기립경사검사, 근적외선 분광법, 인공지능분석 등 실시간으로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방법들이 개발되면서 진단률을 높이고 있다.
기립성 불내증 치료는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다. 하루 1.5L 정도의 물 마시기, 소금 섭취 늘리기, 다리 근육 강화 운동, 압박 스타킹 착용 등이 도움이 된다. 필요하면 베타차단제, 미도드린, 플루드로코르티손 같은 약물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자율신경·전정기관 재활, 체위 변환 훈련, 맞춤형 근력 프로그램도 긍정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전기 자극, 신경조절 장치 등으로 재발을 막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홍지만신경과 홍지만 원장은 "기립성 불내증을 일시적인 어지럼증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하는데 반복되는 뇌혈류 저하가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심하면 인지 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질환은 몸이 보내는 중요한 경고 신호로 생활습관, 맞춤 치료 등을 통해 조기에 관리할 경우 삶의 질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전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