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올해 가졌던 두 차례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꼽았다. 최근 불거진 중일 간 갈등에 관해선 “중재나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전략적 유연성과 자율성 측면에서 볼 때 우리로서는 (핵추진잠수함 확보가) 매우 유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했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튿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양국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국의 승인 등이 포함됐다.
핵추진잠수함은 국내에서 건조하고 연료를 미국 측으로부터 제공받는 방식으로 타결됐다. 이 대통령은 잠수함 건조 장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하는 게 어떠냐고 얘기했지만, 우리 관점에서 보면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군사 안보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는 “핵잠에 기폭장치나 핵폭탄이 내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핵확산 금지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이 합의한 대원칙으로, 한국도 핵확산금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자체 핵무장은) 비상식적 행동이다. 미국이 승인할 리도 없고, 또 엄청난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북한처럼 될 텐데 이를 견딜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진전을 위한 ‘피스 메이커’ 역할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한국의 대화 노력을 전적으로 거부하고 있지만, (한국에 비해) 미국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 보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도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게 북한 판단”이라며 북미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남측의 입장 때문에 북미 소통이 제약을 받아선 안 된다”며 “북미대화 여건 조성에 필요하다면 ‘한미 연합훈련도 충분히 (조정을) 고민할 수 있다’는 입장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중일 간 갈등에 대해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속담이 있다. 한쪽 편을 든다면 갈등이 더 격해질 것”이라며 중재자적 역할을 강조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은 지리적·경제적·역사적·사회문화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다”며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문화·경제 등 민간 교류에서 협력이 가능하다. 동북아 안정을 위한 안보협력도 함께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른 시일 안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와 양국의 국민 정서까지 복잡하게 얽혀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사도광산 같은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독도 문제는 독도가 명백한 대한민국의 영토인 만큼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척하는 게 최고일 수 있지만, 여기에도 감정적 요소가 섞여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이 문제 때문에 다른 영역까지 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 경제교류나 안보협력, 민간 교류나 문화협력 등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