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곧장 알려주고, 중요한 일정이 있기 전에 리마인드 해준다. 미팅 내용도 내가 원하는 대로 정리해준다. ‘알잘딱깔센’ 워크스페이스 플랫폼 노션(Notion) 이야기다.
노션은 지난 10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역할을 더한 ‘노션 3.0’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소모적∙반복적인 업무를 줄여 ‘진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포트한다. MBTI 성향이 J(계획형)가 아닌 지식 노동자들에게 희소식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기능의 등장에 일반 사용자들과 기업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AI 전환(AX) 혁신 도구로 눈도장을 찍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박대성 노션 한국지사장을 만나 노션의 AI 에이전트 기능과 향후 출시될 커스텀 에이전트, 한국 시장에서의 비전을 들었다.
◆내 일정과 업무 보조하는 AI 비서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업무와 학업에 사용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이제는 일손을 돕는 나만의 AI, 일명 ‘AI 에이전트’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지사장은 “노션 3.0은 쉽게 말해 AI 에이전트 시대로의 전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사용자가 문서를 작성 및 저장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을 에이전트와 소통하면서 수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션이 말하는 에이전트는 ‘비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의 일정과 업무를 잘 알고 있고 내가 지시하는 업무에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유했다. 문서 작업, 일정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AI 비서에게 맡김으로써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션 3.0은 사용자의 데이터베이스에 노션 메일과 노션 캘린더, 슬랙, 깃허브, 세일즈포스 등 다양한 툴을 연결해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전체 업무 맥락을 이해하고 직접 업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노션 캘린더에 미팅, 사내 행사 등 스케줄을 기록해두면 일정이 다가왔을 때 에이전트가 알람을 보낸다. 미팅을 할 때 에이전트를 실행하면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미팅 노트도 받아볼 수 있다. 미팅 노트는 노션 메일을 통해 구성원들과 간편하게 공유 가능하다. 노션 AI에 업무 중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면 구체적인 출처와 함께 정보도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이 노션 하나면 가능하다.
일 잘하는 팀원이 하나 더 생긴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셈이다. 노션의 AI 에이전트 기능을 사용한 이들의 평가도 아주 뜨겁다.
박 지사장은 “개인과 기업의 반응이 다른데, 일단 개인 사용자들이 좀 폭넓게 좋아하는 기능은 AI 미팅 노트”라고 소개했다. 특히 기업의 경우 노션 3.0을 선언한 뒤로 수요가 급등했다. AX에 대한 갈증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그는 “기업들이 AI 전환에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션이 에이전트화되면서 노션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관점이 단순히 문서 효율성을 위한 업무 툴이 아니라, 생산성 전반을 높일 수 있는 AX 혁신 도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내년 초 커스텀 에이전트 출격…게임체인저 될 것
노션은 지난 10월 노션 3.0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조만간 ‘커스텀 에이전트’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또 한번 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지사장은 “노션 에이전트가 개인 비서라면,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커스텀 에이전트는 ‘가상의 동료’라고 보면 된다”고 정리했다. 오토 파일럿 모드로 자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트다.
예를 들어 ‘매주 월요일에 경쟁사 정보를 검색해서 나에게 보고서를 만들어줘’라고 지시해 놓으면 커스텀 에이전트가 지정된 시간에 맞춰 일을 완수한다. 또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 공식 홈페이지, 이메일, 웹사이트 등 다양한 창구를 활용하게 되는데 이를 취합하는 전용 에이전트도 만들 수 있다. 이 에이전트를 더 진화시키면 취합한 내용을 토대로 업무 리스트를 만들어서 개발, 영업 등 각 담당 직원들에게 할당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커스텀 방식은 어렵지 않다. 박 지사장은 “노션 AI 채팅창에 너는 앞으로 이러한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한 번만 일러 두면 AI가 이를 기억해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코딩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기자의 말에 박 지사장은 “바이브 코딩(자연어로 명령을 내리면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방식)과 같다”고 동의하며 “커스텀할 수 있는 방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커스텀 에이전트 기능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벌써부터 커스텀 에이전트를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고객사도 많다”고 전했다.
◆맛집∙취업 정보도 노션으로 공유…“미팅노트로 첫발 떼 보세요”
노션은 직장인은 물론, 정보를 정리해 공유하기를 좋아하거나 꼼꼼한 성향의 대학생들도 즐겨 쓰는 플랫폼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일반 개인들이 여행 동선과 맛집, 공개채용 일정 등을 정리한 노션 링크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박 지사장은 노션 비즈니스의 근간은 ‘커뮤니티’라고 소개하며, 한국 시장의 경우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노션 생태계 확장이 점차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노션의 비즈니스 전략은 B2C2B(B2C+B2B)”라며 “일반 사용자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쏟고 그분들에게 가치를 인정받으면 자연스럽게 기업으로도 확장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대학생 대상의 캠퍼스 리더, 직장인 대상의 앰버서더를 선발해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I를 여전히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노션을 어떻게 사용해야할 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잠재적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박 지사장은 AI 미팅 노트를 사용해보며 업무 생산성이 늘어나는 경험을 해볼 것을 권했다. 노션에는 다른 사용자들이 만들어 둔 템플릿이 수 만개 정리돼 있는데, 이를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심플하게 시작해 노션과 친해지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실제로 박 지사장은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를 노션 AI 미팅 노트로 기록했는데, 서로 간에 오간 대화를 목차를 나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손 덜어주고, AX 돕는 든든한 파트너로
AI에 개방적인 소비자들이 많은 한국은 노션이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다. 노션이 자체 조사한 결과 한국의 직장인 89% 정도가 AI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세계 상위권이다.
노션은 2020년에 한국어 버전을 출시했는데, 영어 다음으로 지원된 첫 언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한국에서 노션의 폭발적 성장을 이끈 기폭제가 됐다.
박 지사장은 “한국 커뮤니티의 에너지와 노션의 한국어 지원이 시너지를 만들었다”며 “AX 시대를 맞아 기업 수요가 늘어나며 B2B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확장되면서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탭 S11에 노션이 프리로드 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도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한국 시장에서 지식 노동자들의 윤택한 삶과 기업 고객들의 AX 전환을 위한 파트너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게 박 지사장의 청사진이다.
박 지사장은 “반복적, 소모적인 업무를 줄여 지식 노동자들이 의미 있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끔 돕는 도구로 자리 잡고 싶다”며 “이것이 노션이 걸어온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의 AX 수요가 높지만 부침이 많고, 실패도 많이 한다. MIT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95%가 당초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다”며 “기업이 AX를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돕는 업무용 AI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