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벤처투자 자금이 인공지능(AI) 분야로 급속히 집중되고 있지만 한국의 글로벌 AI 투자 유치 비중은 여전히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AI 산업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전 세계 벤처투자 가운데 AI 분야에 투입된 자금은 약 1580억 달러(약 233조9664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벤처투자액의 절반을 넘는 규모로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AI 반도체,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AI가 사실상 ‘유일한 성장 스토리’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AI 벤처투자 유치액은 약 15억 달러(2조2212억원)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에 그쳤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전체 AI 벤처투자의 70% 이상을 흡수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고 영국과 중국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상위권 국가들과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AI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초거대 AI 모델 개발보다는 응용 서비스 중심의 스타트업이 많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시장 확장성과 기술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며 “여기에 규제 불확실성과 보수적인 투자 환경도 글로벌 자금 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차세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른 만큼 투자 환경 개선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기 성과 중심의 지원을 넘어, 대규모 자본과 인재가 장기간 투입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한국 AI 산업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